팔스(Palms)역은 LA 메트로 E 라인을 타고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만나는, 살짝 언덕 위에 자리한 소담한 경전철역입니다.

내리면 바로 눈앞에 열차가 지나는 고가 구조물이 보이고, 아래로는 내셔널 블러바드(National Blvd)가 바쁘게 흐르죠.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좌우로 두 줄뿐인 선로와 플랫폼이 나타나는데, 규모는 작아도 ‘제대로 왔다’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 

역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자리는 1875년에 처음 철도가 놓였던 곳으로, 당시 이름은 ‘베이뷰(Bay View)’였어요. 1886년 ‘더 팔럼스(The Palms)’로 개명된 뒤 1953년까지는 증기기관차가 종종거렸고, 한때는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였다고 해요.

오래된 목조역사는 훗날 ‘Save Our Station’ 운동 덕분에 몬테시토하이츠의 헤리티지 스퀘어 박물관으로 옮겨져 지금은 기념품 숍 겸 방문자 센터로 쓰이고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으면 들러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현재의 팔스 역은 2016년 5월 20일 E 라인(옛 엑스포 라인) 2단계 연장 구간이 개통되면서 완전히 새단장을 마쳤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양쪽 끝에 있어 유모차·휠체어 접근성도 좋고, 플랫폼에는 자그마한 쉼터와 벤치, LCD 도착 안내판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어요. 특히 2025년 5월부터 메트로 바이크 허브 운영사가 바뀌면서 역 옆 자전거 거치실이 무료로 개방돼 자전거 통근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교통 연결성도 은근히 탄탄해요. 역 아래 도로에는 산타모니카 빅블루버스가 지나다니고, 10번 프리웨이가 바로 북쪽이라 우버·리프트 픽업이 빠릅니다. FY 2024년 기준으로 팔럼스 역의 평일 평균 승하차 인원은 약 957명으로, 규모 대비 이용률이 꽤 높은 편이죠. 

주변 동네도 볼거리가 제법 많습니다. 역 동쪽으로 5분만 걸으면 모터 애비뉴(Motor Ave) 파머스마켓이 주말마다 열려 농산물과 푸드트럭을 즐길 수 있고, 엑스포 라인 옆으로 난 자전거·보행 트레일을 따라 서쪽으로 달리면 20여 분 만에 웨스트우드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어요. 이 지역은 다인종 커뮤니티라 베트남식 반미부터 멕시코 길거리 타코, 퓨전 카페까지 입맛대로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메트로가 7th/메트로~리틀도쿄 구간에 이어 E 라인에도 지하 셀룰러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확대 중이라, 2025년 여름쯤이면 팔스 역 주변에서도 통화·데이터 끊김 걱정을 덜 수 있을 거예요. 주중 오전 10시 이전이나 주말 늦은 오후가 비교적 한가하니, 여유 있게 사진 찍고 싶다면 그 시간대를 노려보세요. 이 작은 고가역이 주는 ‘동네 기차역’ 감성을 경험해 보면, 왜 이 기차역이 LA 서쪽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금세 공감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