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 보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집집마다 달콤한 향기가 풍겨옵니다.

물론 아파트나 집들이 빼곡한 한인타운에 살면 이런 느낌은 없겠죠 ㅎ

시나몬, 넛메그, 생강 향이 뒤섞인 구수한 냄새가 퍼지면 "아,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구나" 싶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특유의 귀여운 모양을 한 쿠키, 바로 진저브레드맨(Gingerbread Man)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지 않나요? 식인종도 아닌데 왜 사람 모양으로 쿠키를 만들고, 또 웃는 얼굴까지 그려서 맛있게 먹는 걸까요. 

'진저브레드'라는 이름 자체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생강과 향신료를 넣은 빵이나 과자를 가리켰죠. 당시 향신료는 굉장히 비쌌기 때문에 귀족이나 왕족이 즐겨 먹던 사치품이었습니다. 특히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궁정에서 특별한 행사 때 사람 모양의 진저브레드를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유명해요. 손님들의 얼굴을 본떠 만든 작은 생강 쿠키를 선물했다는 건데, 이게 훗날 '진저브레드맨'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단순한 '먹는 빵'이 아니라, 권력과 사치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던 거죠.

이 과자가 미국으로 건너온 건 이민자들을 통해서였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진저브레드 레시피를 가져왔고,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람 모양으로 만드는 전통이 굳어졌습니다. 미국은 특히 가족 중심의 크리스마스를 중요시하잖아요. 아이들과 함께 쿠키 반죽을 만들고, 인형처럼 꾸미고, 오븐에서 구워내는 과정이 하나의 연례행사가 된 겁니다.

그런데 사람 모양의 쿠키라니, 좀 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진저브레드맨은 공포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동화 속 캐릭터 같은 귀여운 존재죠. 실제로 'Gingerbread Man'이라는 옛 동화도 있습니다. 빵집 아줌마가 구운 진저브레드맨이 살아 움직이며 "잡아봐, 날 잡을 순 없어!" 하며 달아나다가 결국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 이 동화는 미국 아이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이야기라서, 진저브레드맨은 단순한 과자를 넘어선 문화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진저브레드맨을 만들 때는 꼭 아이싱, 그러니까 설탕을 녹여 만든 하얀 크림으로 장식을 합니다.

눈, 단추, 미소, 옷무늬까지 다 설탕으로 그리는데, 사실 이게 진저브레드맨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아이들은 쿠키를 구우면서 직접 장식을 하고, 각자 개성 있는 쿠키를 만들죠. 그래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저브레드맨을 먹을 때 그 사람 모양을 일부러 손부터, 머리부터 뜯어 먹는 게 또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난스러운 문화예요. 미국에서는 오히려 "내 쿠키는 다리가 먼저 없어졌다" 하면서 웃으며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진저브레드맨은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슈렉' 시리즈의 진저브레드맨 캐릭터가 있죠. 작은 쿠키 인형이 귀여운 목소리로 외치고, 유머러스하게 행동하는 모습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웃음을 줍니다. 이렇게 대중문화에까지 스며든 건, 그만큼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긴다는 증거입니다.

혹시라도 "사람 모양 쿠키를 먹는 게 식인종 같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머러스한 전통이에요. 미국인들에게 진저브레드맨은 '사람 모양'이라기보다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마치 인형을 갖고 놀 듯, 쿠키를 만들고 장식하고 먹으면서 즐기는 거죠. 크리스마스라는 가족 행사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놀이이자 추억이니까, 공포나 잔인함보다는 즐거움과 따뜻함이 훨씬 강합니다.

결국 진저브레드맨은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미국의 문화와 가족 중심 전통이 만든 특별한 상징입니다.

사람 모양으로 만든 건 단순한 재미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동화와 대중문화,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기억과 연결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죠. 식인종의 상징이 아니라,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겨울철의 작은 인형 같은 존재.

그래서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면, 꼭 한 번 직접 구워보고 장식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븐에서 달콤한 향기가 퍼지고, 아이들과 웃으며 쿠키를 꾸미다 보면, 왜 진저브레드맨이 단순한 간식을 넘어선 문화적 상징이 되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브레드맨 쿠키 레시피를 소개해드릴게요.

어렵지 않게 집에서도 만들 수 있고, 크리스마스 시즌 가족과 함께 하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재료 (약 20~25개 분량)

  • 밀가루 3컵 (360g)

  • 베이킹소다 3/4작은술

  • 생강가루 1큰술

  • 시나몬가루 1큰술

  • 넛메그 1/2작은술

  • 소금 1/2작은술

  • 무염버터 3/4컵 (170g, 실온에 둔 것)

  • 흑설탕 3/4컵 (150g)

  • 달걀 1개

  • 당밀(molasses) 1/2컵 (대체: 꿀+올리고당 섞어서 가능)

  • 바닐라 익스트랙 1작은술

장식용 아이싱

  • 슈거파우더 2컵 (240g)

  • 흰자 1개 (혹은 물·레몬즙 2큰술)

  • 레몬즙 1작은술

  • (선택) 컬러 슈가, 초콜릿 칩, 젤리 등

만드는 법

  1. 건조 재료 섞기
    큰 볼에 밀가루, 베이킹소다, 생강가루, 시나몬가루, 넛메그, 소금을 체쳐 넣고 잘 섞습니다.

  2. 버터와 설탕 크리밍
    다른 볼에 실온 버터와 흑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2~3분 휘핑해 크리미하게 만듭니다.

  3. 달걀·당밀 넣기
    달걀과 당밀,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4. 반죽 완성
    여기에 건조 재료를 2~3번 나눠 넣으면서 주걱으로 섞어줍니다. 끈적하지만 한 덩어리로 뭉쳐지면 OK.

  5. 휴지
    반죽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1시간 이상(최대 하루) 넣어 둡니다. 이렇게 하면 성형이 쉬워집니다.

  6. 모양 만들기
    오븐을 180℃(350℉)로 예열합니다. 반죽을 0.5cm 두께로 밀고, 진저브레드맨 쿠키 커터로 찍어 모양을 만듭니다.

  7. 굽기
    베이킹 트레이에 종이 호일을 깔고 쿠키를 올려 8~10분 정도 굽습니다. 가장자리가 살짝 갈색으로 변하면 완성입니다.

  8. 식히기
    꺼내서 식힘망에 올려 완전히 식힙니다.

  9. 아이싱 장식
    슈거파우더, 흰자, 레몬즙을 섞어 아이싱을 만들고, 짤주머니에 넣어 눈, 입, 단추, 옷무늬를 꾸며줍니다. 초콜릿 칩이나 컬러 슈가를 활용하면 더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