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SA 발표가 뜨면 이제는 거의 파블로프의 개 수준이다.
화성 관련 속보뜨는 뉴스를 보는 순간 "아, 또 시작이네." 생각부터 드니까....
링크를 클릭하기도 전에 결론이 보인다. 생명의 흔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중요하다는 이야기.
10년째 같은 노래다.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가 나타났다!"를 너무 자주 외치면, 진짜 늑대가 나타나도 아무도 안 믿는다.
NASA도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다. 언론은 헤드라인 장사가 되니까 계속 받아쓰고, 일반인들은 점점 "그래서 뭐?"로 돌아선다.
과학자들만 억울하다. 본인들은 "가능성"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기사 제목에선 "발견"이 돼버리니까.
그래서 이번에 뭘 찾았다는 건지 한번 제대로 보자.2012년부터 화성에서 일하고 있는 Curiosity rover 얘기다.
이번엔 게일 크레이터 안쪽의 Glen Torridon이라는 지역에서 작업했다. 과거에 물이 있었던 흔적이 진하게 남은 곳이다.
점토 광물을 긁어다가 분석했더니 20가지 넘는 화학 물질이 나왔다고 한다.
그중엔 질소를 포함한 분자, 원시 DNA 비슷한 구조까지 있었다고.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으니 의심하기 힘들다.
여기까지 읽으면 솔직히 두근거린다. "어? 이번엔 진짜?"
그런데 다음 문단에서 바로 김이 샌다. 이게 생명에서 온 건지, 운석에서 떨어진 건지, 그냥 지질학적 반응인지 모른다고 한다.10년 동안 돌려온 후렴구가 여기서 또 나온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확정은 아닙니다."
이 문장이 NASA 보도자료 템플릿에 박혀 있는 게 분명하다.
같이 발견된 것 중에 벤조티오펜(benzothiophene)이라는 황 화합물도 있다.
이름은 복잡한데, 문제는 이게 운석에 흔하게 들어있는 물질이라는 거다. 지구에도 있고, 화성에도 있고, 소행성에도 있다. "생명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맞다. 근데 이 논리대로 가면 우주 전체가 생명 후보지다.
비유하자면 이런 거다. 주방에 밀가루, 설탕, 계란이 있다고 해서 케이크가 있는 건 아니다. 재료가 있다는 것과 누군가 반죽해서 오븐에 넣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NASA가 지금 발표하는 건 대부분 "주방에서 밀가루를 발견했습니다" 수준이다.
물론 밀가루도 중요하다. 밀가루 없이는 케이크를 못 만드니까. 하지만 이걸 "빵 조각 발견!"이라고 헤드라인 뽑으면 곤란하다.
과학자는 정직한데 언론이 부추긴다?
솔직히 말해서, 논문을 직접 읽어보면 연구진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직접 가서 샘플 갖고 오기 전엔 결론 못 낸다"고 대놓고 쓴다. 과학자로서 할 도리는 다 하고 있다.
내가 볼때 전적이로 이러한 문제는 받아쓰는 언론사들이다. 조회수가 필요하니까 "가능성"을 "증거"로 바꾸고, "힌트"를 "단서"로 바꾸고, 결국 일반 독자 머리에는 "NASA가 화성에서 생명 찾음"으로 박힌다.
기술 발표회에서 "혁신적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그건 "아직 안 됨"이라는 뜻이다. "미래에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대부분 "지금은 못 한다"로 번역된다. NASA 발표도 마찬가지다. "생명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아직 모른다"의 포장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이번 연구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으로는 꽤 중요한 진전이다. 복잡한 유기 분자가 화성의 얕은 지층에서도 보존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거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앞으로 어디를 파고 뭘 찾아야 할지 기준이 생긴다는 얘기다.다.
다행히 이 문제를 NASA와 ESA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적극적인 미션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유럽우주국(ESA)의 Rosalind Franklin rover는 2미터 깊이까지 파고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표면만 긁었는데, 이제 땅을 제대로 뚫겠다는 거다. 그리고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가는 Dragonfly mission은 드론처럼 날아다니면서 여러 지점을 탐사한다. 이 정도는 돼야 진짜 뭔가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그 전까지는? 아마 1~2년에 한 번씩 "화성에서 중요한 단서 발견" 헤드라인이 계속 나올 거다. 그때마다 나도 당신도 클릭하고, 읽고, 실망하고, 또 잊어버릴 거다. 이게 지난 10년의 패턴이었고,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갈 거다.
과학은 원래 이렇게 쌓아가는 과정이 맞다. 한 방에 답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매번 "획기적 발견"이라는 포장으로 대중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정작 내용은 "가능성 단계"에 머무는 패턴은 장기적으로 신뢰를 깎아먹는다. NASA는 예산을 따야 하니까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런데 양치기 소년 전략의 유통기한이 끝나가는 게 보인다.
진짜 발견이 나오는 날, 그때도 사람들이 "어 또 그 소리야?" 하고 스크롤을 내리면 그건 과학계의 손해다.
그러니까 과장은 줄이고, 정직한 언어로 돌아가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재료를 찾았다"고 하면 된다. "생명의 단서일 수도 있다"는 안 해도 된다. 독자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솔직하게 말해주면 오히려 더 관심 갖는다.
당신이 이번 뉴스를 봤다면, 너무 흥분할 필요도 없고 너무 냉소할 필요도 없다.
진짜 big news는 언젠가 나올 거다. 단지 그게 오늘은 아닐 뿐이다.


이시영포에버208
폭주하는막내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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