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서 살다 보면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지 새삼 느껴진다.

20년 전을 떠올려보면 10살도 안 된 애들이 노트북으로 뭔가를 한다는 건 거의 상상도 못 했다.

집에 컴퓨터가 한 대 있는 것도 큰일이었고, 그마저도 거실 한켠에 놓여서 가족이 돌아가며 쓰는 수준이었다.

인터넷도 느려터져서 게임 하나 실행하려면 로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들이 혼자서 검색해서 궁금한 걸 찾아본다거나 하는 모습은 현실이라기보다 영화 속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지금 40이 된 내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휴스턴 집들을 가 보면 노트북이 한 대만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모는 재택근무용, 아이는 숙제용, 또 하나는 예비용처럼 2~3대씩 굴러다닌다. 집에 있는 태블릿, 스마트폰까지 합치면 집에있는 컴퓨터 기기가 몇대인지 셀 수 없을 정도다.

학교도 예전에는 교과서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수업시간에 크롬북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앉아 있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됐다.

교사가 칠판에 적던 내용을 구글 클래스룸이나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고 학생들은 그걸 확인하면서 문제를 풀어간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진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딱 맞다. 타자치는 속도나 검색 능력을 보면 어른보다 훨씬 낫다.

부모 세대는 여전히 "이건 어디서 설정하는 거지?"라고 헤매는데, 아이들은 이미 메뉴를 다 뒤져서 해결해놓고 있다.

내가 어릴 때는 게임을 하려면 PC방을 가야 했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게임 잡지를 보며 공략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노트북 하나면 모든 게 끝난다.

게임도, 과제도, 영상 제작도, 심지어 온라인으로 친구를 만나 노는 것까지 다 가능하다.

가끔은 이 변화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시대가 이렇게 흘러가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아이들은 그 흐름 속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빠르게 적응하는 거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예전엔 컴퓨터를 얼마나 쓰는지 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노트북·휴대폰이 워낙 많아 어디서 뭘 하는지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분명한 건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아이들이 배우고 놀고 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항상 디지털 기기가 있다는 것.

요즘 내 눈에는 그 변화가 아주 분명하게 보인다. 이제는 진짜 아이들이 우리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는 시대가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