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토니오에서 살다 보니까 느껴지는게 텍사스 남부 겨울은 분명히 존재 하지만 그게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동안 30도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춥고 건조해서 "이제 겨울인가 보다" 싶다가도, 어제처럼 날 봄비 한 번 왕창 내리고 나면 계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겨울철 산안토니오는 생각보다 진짜 진짜 건조합니다.

바람은 차고, 공기는 메말라 있고, 잔디도 누렇게 변해 있습니다.

아침에는 공기가 차서 코끝이 시리고, 집 안에서는 가습기 생각이 날 정도로 습도가 떨어지는 날도 많습니다.

하늘은 맑은데 어딘가 삭막한 느낌이 드는 겨울입니다.

그런데 이 분위기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어느 날 봄 비가 한 번 제대로 내립니다. 그것도 며칠 내리는 비가 아니라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봄비입니다.

그리고 그 비가 지나가고 나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동네 분위기가 바뀝니다.

먼저 공기부터 달라집니다. 건조했던 공기가 촉촉해지고, 먼지가 씻겨 나간 것처럼 숨쉬기가 편해집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나무들이 다시 초록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죽어 있던 잔디도 어느새 살아난 듯 색이 돌아옵니다.

산안토니오의 봄은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는 느낌이 아니라, 비 한 번에 계절이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아침 기온도 확 올라가고, 낮에는 가벼운 옷차림이 어색하지 않게 됩니다.

특히 River Walk 주변을 걸어 보면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비가 온 뒤에는 나무 색이 더 선명해지고, 물빛도 맑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겨울 동안 조용하던 분위기가 어느 순간 활기를 되찾는 느낌입니다.

이 동네 날씨의 재미있는 점은, 겨울이 길지 않다는 겁니다.

잠깐 건조하고 쌀쌀하다가 금방 따뜻해집니다. 그래서 겨울이 힘들다기보다 그냥 잠깐 지나가는 계절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겨울의 분위기를 오래 즐기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두꺼운 옷을 꺼냈다가도 금방 다시 넣어야 하고, "이제 겨울이다" 싶으면 바로 봄이 와버립니다.

그래도 생활하기에는 참 편한 날씨입니다. 긴 겨울을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 지역의 큰 장점입니다.

산안토니오의 겨울은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계절이 달력보다 비 한 번으로 바뀐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