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바인 살면서 매일 엘에이 다운타운 까지 왕복 출퇴근을 한다는 건, 그냥 길 위에서 인생의 절반을 사는 느낌이다.
아침마다 "오늘은 좀 덜 막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6시 30분에 길을 나서지만 프리웨이 밀리는거 구글맵에 보이는 순간 그 희망은 늘 박살 난다.
그렇게 하루 최소 3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다 보면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이 들곤한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가끔 꼭 한 번씩 머리 '꽝' 하는 실수를 살다보면 하게된다.
회사 이메일 사고가 그랬다. 내부 직원에게 돌려야 할 내용을 클라이언트 전체에게 보내버린 날.
그것도 노트한답시고 약간의 뒷담화도 섞여 있었다. 보내고 나서 10초 뒤에 온 그 싸늘한 느낌.
바로 이메일 재작성 리콜 걸고, 큰 거래처는 담당자에게 전화 돌리고, "실수입니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루 종일 식은땀으로 버텼다. 그날 사고친 이후 이제 이메일은 보내기 전에 두 세 번 확인이 기본이다.
차 키 사건도 있다. 퇴근하고 주차장 내려갔는데 키가 없다. 가방 뒤집고, 사무실 다시 올라가고, 화장실까지 다 뒤졌다.
머릿속은 이미 도난, 분실, 보험 생각까지 다 갔다. 결국 한시간 뒤에 회사 계단 구석에서 찾았다.
미팅 날은 더 웃기다. 중요한 거래처라서 일부러 일찍 나왔다.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 회의실에 아무도 없다.
리셉션에서 "오늘 예약 없는데요?" 그 한마디 듣는 순간 또 한 번 '꽝'.
날짜 변경 요청을 받은 동료 직원이 준 알림을 내가 착각하고 지웠다. 그날 405번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길었다.
이런 실수들은 이상하게 공통점이 있다. 일단 터지면 무조건 전화하고, 변명하고,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발버둥 친다.
그 과정은 정신없고 창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웃긴 에피소드가 된다.
근데 정말 큰 실수,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한다.
허둥지둥도 없다. 변명도 없다. 그냥 멍해진다. 머릿속이 텅 비고 시간만 이상하게 느리게 흐른다.
이게 왜 그러냐면, 뇌가 계산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평소 실수는 "이거 이렇게 하면 복구 가능"이라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그래서 몸이 바빠진다고 한다.
근데 진짜 큰 실수는? 일단 벌어지면 그냥 답이 없다고 느끼는 거다.
뭘 해서 복구할지 계산 자체가 안 된다. 그 순간 사람은 해결이 아니라 정지를 선택한다.
괜히 움직여봤자 더 망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버리는 거다.
이걸 좀 냉정하게 말하면, 인간은 문제가 클수록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멍청해진다.
우리가 평소에 "나 위기 대처 잘해"라고 믿는 것도 사실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한 착각이다.
그래서 진짜 큰일 앞에서는 다 비슷해진다. 능력 있고 돈 많고 경험 많은 사람도 똑같이 멍해진다.
차이는 그 다음이다. 다시 움직이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
엘에이와 어바인을 오가는 이 길 위에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인
생은 계획대로 굴러가는 날보다, 예상 못한 실수와 변수로 채워진 날이 훨씬 많다.
그래도 다음 날 되면 또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는 출근하러 차에 올라탄다.
405 프리웨이에 일단 올라타고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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