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살기 좋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 Los Angeles - 1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순위에서 LA 라는 같은 도시를 두고 미국 2위, 그런데 세계 57위.

이게 어떻게 가능한 말인지 처음엔 나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Resonance Consultancy 보고서는 2025년 LA를 뉴욕 다음의 미국 2위 도시로 꼽았고,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는 세계 살기 좋은 도시순위에서 LA를 57위로 내려놨다.

두 기관이 같은 도시를 평가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다른 건, 결국 살기 좋다는 기준이 무엇이냐의 문제다.

문화적 다양성, 경제적 기회, 창조 산업이 기준이면 LA는 top tier다. 하지만 치안, 인프라, 생활 안정성으로 가면 순위는 뚝 떨어진다.

재미교포, 특히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도시 LA. 코리아타운 하나만 봐도 2.9 square mile 안에 11만 명이 살고 있다. 서울 강남구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빽빽한지 감이 올 거다.

한인 마트, 한식당, 교회, 한국어 간판, 미용실 — 여기 서면 솔직히 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게 LA가 한인들에게 갖는 가장 강력한 magnetic force다. 언어 장벽이 없고, 커뮤니티가 촘촘하게 엮여 있고, 이민 1세부터 2세까지 세대를 관통하는 network이 작동한다. 어디서도 이 밀도는 흉내낼 수가 없다.

그런데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리아타운 평균 월세는 2025년 기준 ,203. 중위 가구 소득은 ,832인데, 월세 비중만 따져도 income의 거의 절반이 임대료로 나간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동네 주거 유형이다.

자가 비율이 고작 11%, 임차 비율이 89%다. 집을 갖고 사는 게 아니라 빌려서 버티는 구조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 자산 형성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렌트비는 생활비에 녹아버리고, equity는 쌓이지 않는다. 10년을 살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가 이어지는 거다.

교통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LA는 차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도시다.

대중교통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용성 면에서 뉴욕이나 시카고와는 비교가 안 된다. 출퇴근 시간 10번 freeway나 405는 그야말로 주차장이다. 거기에 노숙자 문제. 2025년 집계로 LA 카운티 노숙자 수가 전년 대비 9.5%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코리아타운 곳곳에 encampment가 남아있다.

UC 버클리 연구에 따르면 코리아타운은 캘리포니아에서 보행 환경이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가로등도 부족하고 인도도 엉망이다. 이 현실을 살기 좋다는 말로 포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요즘 한인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흐름이 있다. 자녀 교육을 이유로 Irvine이나 Cerritos로 빠져나가는 가정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안전한 Garden Grove나 Fullerton을 선택하는 움직임들.

LA가 갖는 커뮤니티 파워는 인정하지만,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는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거다. 이게 나쁜 신호라기보다는, 한인 커뮤니티 자체가 성숙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diversification이라고 본다. 코리아타운은 hub로 남되, 실제 거주는 분산되는 패턴이다.

LA가 살기 좋은 도시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누구에게냐에 달려있다.

미국 땅을 처음 밟은 이민 1세에게 LA는 여전히 최고의 soft landing zone이다. 언어도, 음식도, 사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미 영어가 되고, 자산을 쌓고 싶고, 아이 교육환경을 따지는 단계라면 LA는 반드시 답이 아닐 수 있다.

순위 숫자보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어느 삶의 단계에 있느냐가 아닌가 싶은게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