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미국살면서 익숙한 공휴일은 없었습니다.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가 5월 마지막 주라면, 독립기념일(7월 4일)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고요.
그런데 바로 이 6월에, 미국의 연방 공휴일로 지정된 공휴일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준틴스(Juneteenth).
아마 아직도 나처럼 6월의 휴일은 생소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기념일은 미국 역사에서 꽤나 의미 있고, 동시에 무거운 날입니다.
준틴스?
이름부터 조금 특이하죠? June(6월)과 Nineteenth(19일)를 합쳐 Juneteenth라고 부릅니다.
바로 1865년 6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갈베스턴에 있던 흑인 노예들에게 "자유가 주어졌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진 날입니다.
사실, 그보다 2년 반 전인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은 '노예 해방 선언'을 이미 발표했었고, 미국 남북전쟁은 1865년 4월에 끝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텍사스는 남부에서 가장 외진 곳이었고, 정보 전달도 늦었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노예 상태로 남아 있던 흑인들이 이 날 자유를 선포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준틴스는 흔히 '흑인의 독립기념일(Black Independence Day)', '해방기념일(Emancipation Day)', '자유의 날(Freedom Day)' 등으로도 불립니다.
준틴스는 단순한 축제가 아닙니다. 노예제도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흑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린치를 당하고, 나무에 묶여 조롱당했던 시대. 심지어 그런 행위를 자랑삼아 엽서로 만들어 팔기도 했던 시대. 바로 짐 크로우(Jim Crow) 법안이 있던 1890년대~1960년대 미국 이야기입니다.
준틴스는 이런 비극적 과거를 마주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사실 준틴스는 오랫동안 공식적인 기념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백인들과 비흑인들은 이를 단지 흑인들만의 지역 축제로 여겼고, 관심조차 갖지 않았죠.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민권운동과 인종차별 반대운동이 확산되면서, 준틴스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캘리포니아, 위스콘신, 일리노이, 조지아, 워싱턴 D.C 등에서 공식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2021년, 미국 연방 정부는 준틴스를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만큼 미국도 이제는 노예제도의 과거를 인정하고, 인종 간 화해와 평등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신호이죠.
한인에게 의미가 있을까?
준틴스는 분명히 미국 사회의 구조적 이슈를 돌아보게 하며, 새로운 소비 흐름, 기업 문화, 사회적 투자 방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공휴일 없던 6월에 하루 쉬는 날을 넘어서, 공공과 민간 모두가 인식 개선과 경제 순환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날이 되어가고 있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공휴일이 미국 사회가 더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한 비용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기적 생산성보다 장기적 신뢰와 포용력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6월 19일, 준틴스는 이제 미국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