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미국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 이른바 팰팍에 살고 있다.

미국에서 약사로 일한 지도 벌써 15년이 넘었고, 결혼해서 딸 둘을 키우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미국체인 약국인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잘 지내고, 업무 스트레스도 적다보니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요즘 부쩍 부러운 게 하나 있다.

20대 나이의 에너지와 뛰어난 회복력 그리고 풋풋한 외모다..

특히 내 앞에서 활짝 웃으며 일하는 여자 약사들, 그중에서도 한국계나 중국계 젊은 약사들을 보면 마음 한켠이 괜히 쓰라리다.

뽀얗고 탱탱한 얼굴, 가녀리고 탄력 있는 몸매, 활기찬 걸음걸이… 나도 분명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기억난다. 나도 20대 후반,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울을 보면 참 괜찮았다.

피부도 매끄럽고 화장도 잘 받고, 약국에 오는 환자들이 “우리 약사님은 참 밝고 예쁘시다”며 말을 걸어올 때마다 은근히 기분 좋았다.

하지만 34세를 넘기고 첫 출산을 하고 나서부터 뭔가 확 달라졌다.

몸이 달라진 건 말할 것도 없고, 피부 탄력도 눈에 띄게 줄고, 다크서클은 짙어지고, 머리숱도 서서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약사다. 건강에 관해 누구보다 민감한 직업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오메가3, 비타민C, 코엔자임Q10, 글루타치온 같은 항산화제도 꾸준히 챙겨 먹었고, 콜라겐 파우더도 띄엄띄엄 섞어 마셨다.

그래도 그게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더라.

나이의 흔적이라는 건, 눈가 주름이나 팔자 주름만이 아니다. 하루 일과 끝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 저녁 차려주고, 숙제 봐주고, 집안일 정리하고 나서 겨우 내 방에 들어가면,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이 참… 수고했다는 말보다도 "아, 나 진짜 늙었구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물론 지금 내 삶이 불행한 건 아니다. 오히려 감사한 부분이 많다. 두 딸은 사랑스럽고, 남편은 무뚝뚝하지만 의리 있고, 직장도 안정적이다. 팰팍이라는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큰 불편 없이 살아가는 것도 복이고.

그런데도 이따금씩, 정말 가끔이지만 강하게 느껴진다.

“나도 저렇게 젊고 예뻤는데…”

요즘 들어 그 마음이 더 잦아진 것 같다. 아마도 약국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자 약사들이 유니폼 입고 활짝 웃으며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그 중엔 한국말 서툰 한국계 약사도 있고, 중국계지만 우리 정서랑 비슷하게 생긴 아가씨들도 있는데, 그들을 보면서 그냥 부럽다.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20대 땐 빨리 나이 들고 싶었고, 30대 초반엔 그럭저럭 자신 있었고, 40대가 되니 젊음이 그렇게 부럽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를 달래듯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지금 이 젊은 애들도 언젠가는 나처럼 40대 중반을 맞이하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나를 이해하게 되겠지.”

나는 지금도 가능한 한 몸을 아끼려 한다. 건강기능식품도 꾸준히 먹고, 저녁엔 되도록 일찍 자려고 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꼭 반신욕도 한다. 화장품도 성분 꼼꼼히 따져서 고르고, 햇빛 막으려고 모자도 쓰고 다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젊을 때의 생기만큼은 안 돌아온다.

그래서 요즘은 나도 20대 약사 후배들에게 종종 얘기해준다. “지금 너희가 얼마나 예쁜지, 나중에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거야. 젊을 때 많이 웃고, 많이 사진 찍고, 많이 사랑하며 살어.”

젊음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평생의 기억을 만든다. 나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이 마음이 있는 거고.

혹시 이 글을 읽는 20대, 30대 젊은 여성분이 있다면 한마디만 하고 싶다.

“지금 예쁜 거, 진짜 기적 같은 거야. 그걸 즐겨. 그리고 너무 소중히 여겨. 나중에 정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