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울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분명 3~4년 전까지만 해도 주름도 덜했고, 탄력도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날부터인가 눈가가 축 처지고, 팔자주름은 깊어졌고, 얼굴 윤곽도 예전 같지가 않다. 그렇게 한두 해 사이, 세월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 친구들끼리 점심 먹으면서 얘기하다 보면, "어머 너도 그래?" "나도 3년 전에 갑자기 얼굴이 무너졌어!" 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우리는 왜,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늙어버리는 걸까?
사실 얼굴 노화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40대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다가, 50대 초반쯤 되면 급격한 변화를 느끼게 된다. 그게 호르몬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폐경 전후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피부 탄력과 수분 유지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콜라겐이 줄고, 피부는 건조해지며, 탄력은 떨어지고... 한마디로 '얼굴이 쳐진다'.
그 다음으로 무서운 게 바로 '지방 재배치'다. 20~30대에는 볼이 통통해서 동안처럼 보이던 얼굴이, 50세를 넘어서면 지방이 밑으로 처지면서 턱선이 무너진다. 광대는 꺼지고, 턱은 늘어지고, 입꼬리 아래에 '마리오네트 라인'이라고 불리는 선이 생긴다. 친구들이 "너 요즘 피곤해 보여"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이런 변화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얼굴 노화는 몸 전체 건강과도 연결된다. 팰팍에 있는 한 한의원 원장님이 그러셨다. 얼굴은 내장 거울이라고. 특히 간, 신장, 위장 상태가 안 좋아지면 피부에 바로 티가 난단다. 예전처럼 야식 먹고 늦게 자고 스트레스받고 이런 생활을 50대에도 계속하면, 몸이 예전처럼 회복을 못해서 얼굴로 바로 드러나는 거다.
이 시기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한몫한다. 폐경 이후 수면장애를 겪는 분들 많다. 깊은 잠을 못 자면 성장호르몬 분비도 줄고, 그럼 피부 재생 능력도 떨어진다. 똑같이 화장품을 써도 예전 같지 않은 건 이런 이유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건 바로 표정 습관이다. 나는 웃을 때 한쪽 입꼬리만 올리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 거울 보면 그 쪽 팔자주름이 훨씬 깊다. 무표정으로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얼굴 근육이 덜 움직여서 더 축 쳐지고, 반대로 찡그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눈가나 미간 주름이 깊어진다.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무표정하게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결과는 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한두 번씩이라도 거울 앞에서 일부러 웃는 연습을 한다. 얼굴 근육을 쓰는 것도 운동이더라. 또 한의원에서 배운 대로, '탄력 마사지'도 집에서 꾸준히 해보고 있다. 그게 막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무너지는 속도를 늦춰주는 것 같긴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다 - 스트레스가 얼굴을 지배한다. 근심 걱정이 많으면 진짜로 '수심 가득한 얼굴'이 된다. 예전엔 스트레스를 받아도 잠 한 번 푹 자면 괜찮아졌는데, 요즘은 그게 얼굴에 박힌다. 그리고 그런 얼굴로 하루를 또 시작하면, 점점 더 자신감도 떨어지고... 악순환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 아침, 거울 보면서 나 자신에게 말한다. "괜찮아. 오늘도 잘 살아볼 거야." 비록 몇 년 새 얼굴이 좀 변했더라도, 그건 내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지, 망가진 게 아니다. 조금은 지혜로워진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절대로 본인을 남과 비교하지 말자. 인스타 속 필터 얼굴은 현실이 아니고, 연예인 피부는 관리실 몇백만 원짜리 정기권의 결과다. 우리는 우리 속도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잘 관리하면 되는 거다.
우리 50대도 아름다울 수 있다. 단, 그 아름다움은 20대의 '탱탱함'이 아니라, 관리의 습관으로 은은하게 베이드는 아름다움이다.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늙어가느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오늘도 한 번 웃어보자. 미소 한 번이 어떤 화장품보다 좋은 안티에이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