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리, 웃긴데 뭔가 짠한 그 남자 이야기
1971년 9월 17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미국이민이 드물게 이루어지던 60년대에 미국 이민와서 양복점을 운영하던 한국계 부모님 사이에서 “바비 리”가 태어납니다. 머리 크고 눈 동그랗고, 뭔가 태어나자마자 장난칠 것 같은 얼굴로요. 원래는 부모님이 원하는 전형적인 성공한 전문직 인생을 살았어야 했는데… 얘가 코디미언이 되겠답니다. 그 결과 이런 저런 영화에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로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바비 리를 단순 조연 배우가 아닌, 꽤나 굵직한 커리어를 가진 “코미디계 마이너리그의 MVP”로 기억합니다. 웃긴 건, 한국말로 웃기지를 못해서 그냥 한국 사람 흉내만 내지만 영어로는 배꼽빠지게 웃기는 언변을 자랑합니다.
MADtv가 인생의 터닝포인트
바비 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방은 바로 FOX TV에서 SNL 대항마로 내세운 MADtv라는 미국 코미디 쇼입니다.
여기서 김정일, 조지 타케이, 코니 정, 심지어 아무 이름도 없는 아시안 캐릭터까지 마구 패러디하며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죠.
동양인 얼굴로 미국 공중파에 나와서 “예~ 나는 김정일이야~” 하던 게 벌써 20대 중반이었어요.
진짜 빠른 데뷔죠. 한마디로 말해서, “얼굴로 먹고사는 패러디 장인”으로 시작합니다.
한국 드라마 패러디? 환상적인 한국어 대잔치
그의 가장 전설적인 클립 중 하나는 바로 한국 드라마 패러디.
성 강이랑 같이 짜장면 시켜놓고,
“짜장면 맛있겠다... 맛있냐?”
그 말투가... 진심 어디서 외국인이 한국어 배운 느낌입니다.
근데 진짜 웃긴 건, 한국말은 못하는데 한국인의 뉘앙스는 너무 잘 알아요. 한국말로 본인에 대한 인신공격하면 100% 알아 듣습니다.
그래서 더 웃깁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좀 슬픕니다.
풍자냐? 모욕이냐? 바비 리식 딜레마
사실 바비 리는 늘 경계선에 서 있는 캐릭터입니다.
동양인 그리고 한국인을 비꼬는 유머도 서슴없이 합니다.
김정일 성대모사부터 시작해서, 미국 아시안들의 발음, 행동, 사고방식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풍자하죠.
미국 코미디판은 워낙 뭐든지 비틀고 조롱하는 문화라, “다른 인종 비꼬면 웃기고, 자기 인종 비꼬면 불편하다”는 건
그에게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들리는 거예요.
유튜브, 팟캐스트, 그리고 ‘뒤늦은 대세’
지금 바비 리는 앤드류 산티노랑 [Bad Friends]를 진행 중입니다.
둘 다 “영어 표현도 익히고 잠깐 라면 먹으면서 보면 좋을 토크쇼” 감성이에요.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 정신 건강, 가족 얘기, 그리고 끝없는 자기비하로
사람들을 웃기고 또 울립니다.
바비 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솔직합니다. 스스로를 나는 뚱뚱하고 키작은 53세 코리안 어메리칸이라고 표현하는데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한국계 미국인 코메디언으로서 중국계, 일본계, 필리핀계와의 연계활동 없이 혼자 “약간 유치”하지만 웃기고, “좀 심했네” 싶어도 그 안엔 늘 “나는 이렇게 살았어”라는 솔직한 메시지가 있어요.
힘들었던 데뷰시절, 어느정도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몰락한 과정, 마약중독과 재활과정, 그리고 커리어의 불안했던 시절들을 모두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웃고 싶을 때,
뭔가 괴상하지만 정이 가는 코미디가 필요할 때,
바비 리를 유투브에서 검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