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겨울은 정말 추운것 같다. 특히 1월달에 한국에 다녀오다 보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날개에 물 같은 걸 잔뜩 뿌리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처음 보면 세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게 정말 안전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때 뿌리는 것이 바로 디아이싱 de-icing 용액이다. 단순한 물이 아니라 얼음과 성에를 제거하고 다시 얼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디아이싱 용액의 핵심 성분은 글라이콜 계열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프로필렌 글라이콜과 에틸렌 글라이콜이다. 두 성분 모두 얼음의 어는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물이 0도에서 얼어야 하는데 이 성분이 섞이면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게 만드는 원리다. 항공기 날개에 붙은 얼음이나 눈을 녹이고, 활주로에서 대기하는 동안 다시 얼음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는 에틸렌 글라이콜보다 프로필렌 글라이콜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이유는 독성 때문이라고.

에틸렌 글라이콜은 자동차 부동액에도 쓰이는 성분인데 인체와 환경에 해롭다. 반면 프로필렌 글라이콜은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아서 식품, 화장품, 약품에도 소량 사용된다. 물론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공항 주변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더 안전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디아이싱 작업할 때 나는 냄새는 달콤하면서도 약간 화학약품 같은 냄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성분인 글라이콜 때문이다. 특히 프로필렌 글라이콜은 단맛이 나는 성질이 있어서 공기 중에 퍼지면 시럽이나 설탕물 비슷한 냄새로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메이플 시럽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에 소량 섞이는 부식 방지제와 계면활성제도 냄새에 영향을 준다. 금속 부품을 보호하고 용액이 날개 표면에 고르게 퍼지게 하려고 넣는 성분들인데, 이 때문에 달콤함 뒤에 살짝 기름 냄새나 세제 같은 향이 섞여 느껴질 수 있다.

이 냄새는 독한 편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창가 근처에서 잠깐 맡고 지나가는 정도다. 다만 밀폐된 공간이나 바람이 안 부는 상황에서는 조금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인체에 해로운 수준은 아니도록 관리된다. 미국 공항과 항공사들은 디아이싱 작업 시 승객 노출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이 디아이싱 용액은 색깔로도 구분된다. 투명하거나 주황색에 가까운 것은 얼어붙은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디아이싱 용액이고, 초록색이나 노란빛이 도는 것은 안티아이싱 용액이다. 안티아이싱은 제거보다는 예방 개념에 가깝다. 출발 직전에 날개 위에 보호막처럼 얇게 남아서 이륙할 때까지 얼음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해준다.

이 약품이 중요한 이유는 날개 위의 아주 얇은 얼음층만 있어도 양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얼음이 살짝만 붙어도 공기 흐름이 깨지고, 이륙 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미국 항공 규정에서는 겨울철에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무조건 디아이싱을 하도록 되어 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지연되지만, 안전 앞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겨울에 국내선이 자주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디아이싱 작업 때문이다. 눈이 오는 날 공항에 비행기가 몰리면 디아이싱 트럭이 부족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건너뛰지 않는다는 점에서 항공 시스템이 얼마나 안전을 우선하는지 알 수 있다. 다음에 창가 좌석에서 날개에 약을 뿌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그냥 물이 아니라 비행기를 띄우기 위한 마지막 안전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