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부동산하기 힘든 시기가 또 있었나 싶다.

15년 넘게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은 진심으로 "이거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 몇 번씩 든다.

예전엔 손님이 집을 보러 오면, 나를 통해 처음 매물을 접하고, 설명을 들으며 감을 잡아가는 과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다르다.

요즘 사람들, 특히 30~40대 한인 바이어들은 인터넷으로 이미 모든 매물 데이터를 다 꿰고난후에 온다.

Zillow, Redfin, Realtor.com, 심지어 매물 히스토리랑 세금 내역까지 다 체크하고 와서 나보다도 더 자세히 아는 경우도 있다.

"이 집 2017년에 125만에 팔렸더라고요, 리모델링은 그때 한 거죠?" 이런 식이다. 나는 설명하기도 전에 그쪽이 먼저 다 말한다.

그리고 가장 큰 벽은... 이자율이다. 현재 모기지 이자율은 6.6%대를 웃돈다.

예전 같으면 70만 불짜리 집을 3%대 이자로 사면 월 납입액이 3천불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5천은 줘야한다.

그렇다고 집값이 내려갔냐? 전혀 아니다.

엘에이 집값은 고집이 있다. 수요가 줄어도 가격은 꿈쩍도 안 한다.

공급이 모자라고, 셀러들은 "언젠간 다시 오르겠지" 하면서 그냥 안 내놓는다.

그러다 보니 거래량이 확 줄었다. 바이어는 높은 이자에 겁나고, 셀러는 가격을 안 내리니 서로 간극만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면 우리 같은 중개인은 뭘로 먹고 사나?

딜이 있어야 커미션이 생기지. 근데 거래 자체가 없는데 뭘로 커미션을 받나.

최근 넉 달 동안 내가 클로징한 딜은 단 한 건이다. 그것도 콘도 하나. 5만 불짜리 커미션 중에 브로커비, 세금 떼고, 광고비, 경비 빼고 나면 별거 없다

게다가 요즘은 셀러나 바이어들조차 "너무 수수료 많이 받는 거 아니냐?"는 눈치를 준다.

3% 받는 것도 죄인 취급받고, 리스팅 맡기면서도 "수수료 좀 깎아줄 수 있어요?" 하는 요구는 기본이다.

옛날만 해도 집만 올리면 며칠 만에 오퍼가 줄줄이 들어왔고, 경쟁 붙어서 가격이 올라갔다.

지금은 한 달을 올려놔도 전화 한 통 없는 매물이 태반이다.

나는 요즘 진지하게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 물론 40대 후반에 뭔가 새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짜 생활이 안 될 것 같아서다.

사람들은 흔히 부동산 중개하면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두세 건만 클로징해도 몇 만 불 들어오는 거 아니냐고.

그게 맞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은 더 많아졌고, 딜은 적어졌고, 손에 남는 건 불안뿐이다.

이럴 땐 그냥 운명이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잠시 내려놔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참 묘한 게, 가끔 정말 좋은 바이어나 셀러를 만나서 인간적인 거래가 성사되면 또 그 맛에 다시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 이 일이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지" 하고.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이고, 대부분은 버티기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MLS 열어보고, 관심 매물들 체크하면서, 오픈하우스 일정 짜지만 속은 복잡하다.

광고비는 계속 나가고, 경비는 계속 올라가고, 매물 사진은 직접 찍고, SNS는 매일 관리하고.

누가 보면 '자영업자의 자유'라고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은 자유롭고 마음은 불안정한 생활이다.

그래도 끝내 정리하자면... 부동산이라는 게 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이런 시기를 겪는 건 맞다.

다만 이번 사이클은 유독 길고 깊게 느껴진다.

이럴 땐 나처럼 현장에서 뛰는 중개인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다.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잠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겠지, 그렇게 위로하면서 또 하루를 버틴다.

진심으로 바란다... 내년 이맘때는 지금보다 웃으면서 이 글을 돌아볼 수 있기를.

그리고 혹시 부동산 중개에 관심 있는 분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미리 말해둘게요. 요즘 이 바닥, 진짜 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