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호세 살다가 여기 오렌지카운티에 이사온지 벌써 몇 해가 지났네요.
처음에는 한국마켓만 들락거리던 제가, 이제는 미국 마켓에서도 이것저것 골라 담는 여유가 생겼어요.
처음엔 낯설었던 재료들도, 이젠 주방 한쪽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Garlic Bread!
사실 한국에 있을 땐 마늘빵이라 하면 그 달달한 크림치즈향 섞인 베이커리 스타일이었잖아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약간 케이크 같은 느낌. 그런데 여기선 다르더라고요.
미국식 갈릭브레드는 정말 '빵+마늘+버터' 그 자체예요.
단맛 없이 짭짤하고 고소하고, 은은한 마늘 향이 퍼지는데... 와 이거 한입 베어 물면 입에서 살짝 짭조름한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이 마늘빵에 빠지게 된 계기는 사실 단순했어요. 어느 주말이었죠. 남편이랑 애들 없이 둘이 조용한 저녁을 보내던 날, 저희 동네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는데, 거기서 식전빵으로 나온 갈릭브레드에 홀딱 반해버렸거든요.
바삭한 바게트에, 노릇하게 구워진 마늘버터가 스며들어 있고, 살짝 올리브오일 향도 나는 게... 어머 이거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없을까? 그날 이후 제 마늘빵 연구는 시작됐죠.
지금은요, 바게트 하나 사오면 바로 반 잘라서 속을 살짝 파내고, 부드럽게 녹인 버터랑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섞어요. 그리고 다진마늘 팍팍. 기분 따라 파슬리도 좀 넣고요. 그걸 빵에 넉넉하게 발라 오븐에 넣으면 끝이에요.
375도로 예열된 오븐에 10분 정도 구우면, 그 고소하고 따뜻한 냄새가 집안을 확 채워요. 마늘 좋아하시는 분은 아실 거예요. 이 냄새는 정말 사람을 유혹합니다.
남편이 처음에 이 마늘빵을 먹고 딱 한 마디 하더라고요.
"야 이거 진짜 레스토랑거보다 낫다."
그 말 듣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그 이후로 저희 부부의 저녁 식탁엔 종종 이 마늘빵이 올라옵니다. 크림 파스타 옆에 곁들여도 좋고, 토마토 스프랑도 잘 어울리고요. 가끔은 그냥 마늘빵에 와인 한 잔으로 저녁을 대신하기도 해요.
아이들 잘 때 조용히 둘이 앉아 와인 따르고, 오븐에서 막 꺼낸 따뜻한 마늘빵을 한 입씩 베어 물면요, 바삭한 소리와 함께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에요. '이래서 사람들이 요리에 빠지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오렌지카운티에 살다 보면 이런 게 참 좋아요. 다양한 식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기도 좋아요. 처음엔 뭘 사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매대 앞에 서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가 즐겨 쓰는 바게트 브랜드도 정해졌고, 올리브오일도 어느 쪽이 향이 더 진한지 알 정도가 되었죠.
바게트, 버터, 올리브오일, 다진마늘. 딱 이 네 가지만 있으면 되거든요. 굳이 고급 오븐 없어도 되고요, 토스터 오븐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아직 집에서 마늘빵 안 만들어 보신 분 계시다면 꼭 한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