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생소한 단어일 수 도 있는 defund는 한마디로 자금 지원을 끊거나 줄여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기관, 프로그램, 단체에 들어가던 예산을 없애거나 삭감해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며 이미 배정된 예산의 집행을 막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지원 자체를 중단해 기능을 약화시키는 목적일 때가 많으며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예산을 줄이거나 아예 끊어버린 defund 사례들을 쭉 보면 상당히 일관적입니다.

크게 보면 복지·보건, 환경·과학, 국제보건, 문화·언론 쪽이 많이 두들겨 맞았죠.

말로는 "세금 아끼자, 작은 정부 만들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 절약보다 안전망이 약해지는 쪽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edicaid, SNAP(푸드스탬프), 오바마케어 보험료 지원도 축소하거나 조건 강화가 이어졌고, 저소득층 의료·식료품 지원이 줄면 그 여파는 곧바로 지방 병원과 취약계층에게 돌아갑니다.

의료비 지원을 줄여 당장은 재정이 아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년 뒤 만성질환자 폭증, 응급실 진료 증가로 더 큰 비용이 드는가 하면, 일자리 손실과 지역경제 위축까지 엮여서 결국 세수까지 빠지는 구조가 됩니다.

Planned Parenthood 같은 가족계획 단체 지원 중단도 상징적인 defund 사례죠. 낙태 이슈를 내세웠지만 실제 타격은 피임, 암 검진, STD 검사 같은 기본의료 서비스 축소로 이어졌고, 농촌같은 소도시 클리닉이 문을 닫으면서 저소득 여성들이 진료 공백을 가장 먼저 경험했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칼을 댔지만 이게 사실 실생활에서는 예방이 막히고 나중에 더 비싼 대가를 치르는 방식이 된 셈입니다. 환경·과학 분야는 예산삭감 목록에서 거의 단골입니다.

EPA 예산을 줄이고 기후,대기질,수질 모니터링 인력 감소 압박을 걸면서 "규제완화는 미국 경제 경쟁력 강화"라는 논리를 냈지만 정작 주정부에 떠넘긴 과제에 필요한 보조금까지 줄어버리니 "책임은 너희가, 돈은 알아서"가 된 겁니다.

이런 식으로 감시 인력·연구비를 줄이면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조용하지만, 한 번 터지면 정리 비용이 예산 절감보다 훨씬 큽니다. WHO와 해외 보건지원 축소 역시 팬데믹을 겪은 나라라기엔 아이러니한 대목입니다.

미국 지원이 빠지면 HIV·말라리아 대응 예산이 줄고, 글로벌 감시망이 느슨해지니 '다음 질병'의 조기 탐지가 더 어려워집니다. 한마디로 지금 절약이 아니라 미래 위험을 외상 처리하는 느낌이죠. 문화,예술,공영방송 예산 삭감도 꽤 상징적입니다.

전체 연방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새 발의 피인데도 "왜 국민세금으로 예술이냐"는 프레임으로 줄여버리니 가장 먼저 타격받는 건 시골 도서관, 공영 라디오, 어린이 프로그램 같은 가벼운 안전망 역할들입니다.

거대 방산사업이나 인프라 지출은 그대로 두고,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문화 부분부터 줄이는 건 숫자보다 정치적 이미지에 더 가깝습니다.

트럼프식 defund는 비용 절감이라기보다 우선순위 조정입니다. '국가 운영비를 어디서 깎을까?'가 아니라 '민감하고 정치적으로 타격 없는 곳부터 자르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서서히 아래로 번집니다. 예산표로 보면 줄어든 건 숫자 몇 줄이지만, 현장에서 사라진 건 예방접종 받던 클리닉, 저렴한 피임약, 미세먼지 측정 장비, WHO 협력 네트워크, 동네 도서관의 책 두어 줄입니다.

그래서 defund 목록은 단순히 "어떤 예산을 깎았나"가 아니라 "누가 대신 비용을 떠안게 되었나"의 목록처럼 보입니다.

비용을 줄이는 게 맞나? 아니면 비용을 미래로 밀어놓고 있는 걸까?

아낀 돈보다 잃게되는 후폭풍이 더 크지 않은지, 그걸 가장 먼저 체감할 사람은 우리같은 서민들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