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겐카운티 블루로, 일요일 한인 상권엔 득일까 실일까 - Closter - 1

일요일 오후에 버겐 동네 길로 차를 몰고 나가 보면 풍경이 좀 묘합니다. 한인 마트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는데, 바로 옆 가구점과 옷가게는 불이 꺼져 있거든요.

처음 이사 온 지인들이 제일 많이 묻는 게 이겁니다. 일요일에 왜 셔츠 한 장을 못 사냐고요. 답은 버겐카운티에 아직 살아 있는 블루로, 즉 일요일 영업 제한법입니다.

뉴저지 주법 2A:171-5.8이 근거입니다. 일요일에 의류, 건축 자재와 목재, 가구, 가정용과 사무용 집기, 가전제품 판매를 막고 있어요.

반대로 식료품점과 식당은 일요일에도 문을 엽니다. 그래서 장보기와 외식은 되는데 옷이나 소파는 안 되는, 반쯤 열린 일요일이 만들어진 거죠.

역사를 보면 더 놀랍습니다. 1959년에 뉴저지가 각 카운티에 이 법을 유지할지 선택하게 했는데, 결국 다른 카운티는 전부 폐지했고 버겐만 남았습니다.

주민 투표도 두 번 있었어요. 1980년과 1993년에 버겐 주민들은 모두 유지 쪽을 골랐고, 1993년에는 대략 2대 1로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파라무스는 한술 더 뜹니다. 카운티 법보다 엄격한 자체 규정이 있어서 일요일엔 음식, 주유 같은 필수 품목 위주로만 팔 수 있어요.

그럼 한인 상권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뉴저지는 한인 인구가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주고, 그 절반 넘게가 버겐카운티에 삽니다.

팰팍 브로드 애비뉴를 떠올려 보면 답이 좀 보입니다. 그 길을 채운 건 식당, 카페, 베이커리, 마트가 대부분이잖아요.

이 업종들은 블루로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수혜자에 가깝습니다. 몰이 닫힌 일요일에 사람들이 갈 곳은 결국 밥집과 카페, 장보는 곳이니까요.

일요일 점심에 순두부집 앞에 줄 서 본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교회 끝나고 몰려오는 손님까지 겹치면 그날이 한 주 매출의 핵심이 되기도 하죠.

반면 의류, 가구, 가전을 파는 한인 가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일주일 중 하루를 통째로 못 여는 셈이라 나머지 엿새에 매출을 몰아야 해요.

그런데 이게 꼭 손해만은 아니라는 사장님들도 있습니다. 대형 체인도 똑같이 문을 닫으니, 작은 가게가 일요일에 혼자 버티며 경쟁할 필요가 없거든요.

일하는 사람 입장도 따져볼 만합니다. 리테일 직원에게 일요일 휴무가 사실상 보장되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 흔치 않은 조건이에요.

저도 프리랜서라 주말 개념이 흐릿한 편인데, 가족 중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됩니다. 시프트 짤 때 일요일은 아예 계산에서 빠지니까요. 가족끼리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달력에 고정돼 있는 셈이죠.

대신 파트타임으로 시간을 더 벌고 싶은 사람에겐 기회가 줄어듭니다. 주말 추가 근무가 필요한 학생이나 투잡족에겐 아쉬운 구조죠.

요즘 이 법이 다시 뉴스에 오르는 이유는 이스트러더퍼드의 아메리칸드림 때문입니다. 2019년에 문을 연 이 몰은 2024년부터 일요일 영업을 시작했어요.

파라무스는 2025년 8월에 소송을 냈습니다. 몰 안의 120개가 넘는 매장이 일요일에 불법 영업을 한다는 주장이에요.

몰 측 논리는 다릅니다. 부지가 주 정부 기관인 뉴저지 스포츠전시공사 소유라서 카운티 블루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레그 파도바노 판사는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몰 측 요청에 대해 판단을 미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최종 결론이 났다는 소식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요.

결과에 따라 버겐 상권의 셈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쪽만 일요일에 문을 여는 상황이 굳어지면, 법을 지키는 가게들만 손해를 본다는 불만이 커질 테니까요.

폐지를 원하는 쪽 주장도 이해는 갑니다. 일요일에 옷 한 벌 사려고 허드슨카운티나 뉴욕으로 넘어가면, 그 매출이 고스란히 버겐 밖으로 새는 거니까요.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은 일요일에 문 닫는 의미가 예전보다 약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유지하자는 쪽은 교통을 먼저 꼽습니다. 대형 몰이 몰려 있는 파라무스 도로가 일주일에 하루라도 숨을 쉰다는 거죠. 주말마다 17번 도로에 갇혀 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폐지하려면 새 주민 투표를 하거나 주 의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마지막 투표가 1993년이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한인 자영업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요식업과 식료품은 지금 구조가 유리하고, 리테일은 불리하지만 공정한 휴일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혹시 버겐에서 가게를 새로 열 계획이라면 업종이 블루로에 걸리는지부터 확인하세요. 해당 타운 클럭 사무실에 물어보면 가장 정확합니다.

저는 솔직히 지금 방식에 한 표입니다. 일요일 오후에 한산한 동네 길을 걷다가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는 그 느긋함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물론 몰 소송 결과가 나오면 생각이 흔들릴 수도 있겠죠. 그때까지 버겐의 일요일은 옷가게는 쉬고 밥집은 바쁜, 조금 이상하지만 정겨운 하루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