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이라는 숫자는 영화사에서 그냥 한 해가 아니다. 이걸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눠도 크게 틀리지 않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Pulp Fiction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잘 만든 범죄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린 작품이다.
그래서 과장 좀 보태서 말하면 "펄프 픽션 이전 영화"와 "펄프 픽션 이후 영화"라는 구분이 가능해진다.
Pulp Fiction 은 한국어로 '싸구려 소설', '저질 잡지 소설', '삼류 소설'을 의미한다. 20세기 초반 거칠고 저질 종이 pulp에 인쇄된 자극적이고 대중적인 단편 소설 잡지에서 유래한 용어로, 영화에서는 비일상적이고 거친 범죄 이야기를 말하는것이다.
Pulp Fiction 영화 이전의 할리우드는 친절했다.
감독과 스테프가 머릴 써가며 촬영한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흘러야 했고, 인물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했고, 마지막에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어야 했다.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기본 미덕이었다. 말 그대로 "놓치지 않게 잡아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타란티노는 이걸 그냥 부숴버린다.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말하지 않는다.
시작과 끝이 뒤섞이고, 죽은 인물이 다시 등장하고, 서로 다른 에피소드가 갑자기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객은 따라간다.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나온다. 감독이 관객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관객이 스스로 퍼즐을 맞추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영화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건 "관객을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했다면, 이후에는 관객이 알아서 맞추게 만든다.
시간 순서가 뒤섞여도, 결말이 애매해도, 도덕적 메시지가 없어도 괜찮아진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영화의 스타일이 된다. 설명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미학이 된 순간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대사다.
이전까지의 대사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도구였다. 그런데 Quentin Tarantino는 대사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다.
햄버거 이야기, 발 마사지 이야기 같은 쓸데없는 대화들이 영화의 중심을 차지한다.
줄거리랑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 대화가 캐릭터를 만들고, 분위기를 만든다. 이건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파격적인 접근이었다.
폭력 표현도 달라진다. 이전에는 폭력이 목적이거나 메시지였는데, 여기서는 스타일이 된다.
갑작스럽고, 과장되고, 때로는 웃기기까지 하다.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빠져든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이동한다.
배경으로 쓰인 LA도 중요하다. 이 영화 속 로스앤젤레스는 관광 도시가 아니다.
범죄자, 복서, 마약상, 조직 보스의 아내 같은 인물들이 뒤섞인, 조금은 더럽고 현실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그 공간을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식당, 도로, 아파트가 모두 아이코닉한 장소로 변한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 이후로 수많은 작품들이 영향을 받는다. 비선형 구조, 에피소드식 전개, 장르 혼합.
이제는 흔한 기법이지만, 당시에는 거의 실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실험이 대중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만들어도 된다"는 기준이 바뀐 것이다.

물론 이 영화를 기준으로 모든 영화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건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이 영화 이후로 영화는 더 이상 하나의 방식으로만 만들어지지 않게 됐다.
관객도 더 이상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해석하고 연결하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이 영화는 이야기 하나를 남긴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그래서 지금도 이 작품이 계속 회자되는 것 같다.
단순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이후의 영화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Pulp Fiction은 평단이랑 흥행 둘 다 잡았다.
흥행부터 보면 이 영화 전 세계에서 약 2억 1,390만 달러 넘게 벌었다.
제작비 생각하면 거의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작품들 중에서도 이렇게 돈까지 크게 번 경우는 많지 않다.
예술 영화인데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터진 케이스다.
시상 기록도 엄청나다. 1994년 제47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받았고, 1995년 아카데미에서는 각본상 수상했다.
거기다 총 7개 부문 후보까지 올라갔다. 골든 글로브 각본상, 전미 영화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각본상까지.
평점도 높다. 메타크리틱 94점, 로튼 토마토 92%, IMDb 8.9점이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이 정도 점수 유지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영화는 그냥 흥행작이 아니라, 영화사에서 계속 언급되는 기준점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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