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캘리포니아 정책 뉴스를 보다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이번에 나온 소식도 그렇다. 2030년까지 600만 가정에 히트펌프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라는데, 목표만 보면 거창하다. 문제는 현실이다. 전기값이 이렇게 비싼데 전기 쓰는 설비를 늘리면 그 부담은 결국 누가 지는 건가.

히트펌프 자체는 좋은 기술이다. 가스 대신 전기를 쓰고 냉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에너지 효율도 높고 친환경 이미지도 좋다. 정책 발표만 보면 마치 미래형 주거로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주 중 하나다. 이 상황에서 가스를 없애고 전기로 바꾸라는 건, 솔직히 말해 서민 입장에서는 친환경이 아니라 고지서 업그레이드로 들린다.

하버드 연구 결과를 보면 더 현실적이다. LA카운티에서는 히트펌프를 쓰면 연간 약 30달러 절약된다고 한다. 1년에 30달러. 한 달에 2~3달러 수준이다. 이 정도면 절약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더 웃긴 건 오렌지카운티다. 거기는 오히려 연간 41달러가 더 나온다고 한다. 결국 지역에 따라 돈이 더 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정책 방향이 아니라 실험 대상이 된 기분이다.

더 큰 문제는 현실적인 장벽이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가정의 약 67%가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스가 더 싸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선택한 결과다. 그런데 정책은 시장과 반대로 간다.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아니라 강요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왜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이 장기 집권하는 지역인데 물가는 계속 오를까. 주택비는 전국 최고 수준이고, 전기요금도 최고 수준이고, 보험료와 각종 공과금도 계속 올라간다. 정책 방향은 늘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 생활비는 점점 더 빡빡해진다. 환경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다. 그런데 당장 이번 달 고지서도 중요하다.

다른 주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텍사스나 일부 중서부 주들은 전기요금이 훨씬 낮다. 산업도 유지하고 인구도 늘고 있다. 기업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이유도 결국 비용 때문이다. 주민도 기업도 버티기 힘들어지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목표 중심 정치다. 2030년까지 몇 대 보급, 탄소 몇 퍼센트 감축, 이런 숫자는 발표하기 좋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기요금 구조는 어떻게 낮출 것인지, 전력 공급 안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기화 정책을 밀면서 전기값은 비싸게 유지되는 구조라면, 방향과 현실이 따로 노는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민주당 정치인들도 이제는 다른 주들을 좀 봐야 한다. 친환경 정책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비용 경쟁력도 정책의 일부다. 전기값이 비싸면 전기화 정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생활 체감으로 평가받는다.

LA에서 살다 보면 요즘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캘리포니아는 늘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비싸진 현실을 버티고 있다. 환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갑이 버티지 못하면 아무도 그 미래를 따라갈 수 없다.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목표까지 가는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다.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멋진 정책도 결국 주민들한테는 "좋은 이야기인데, 내 돈으로?"라는 반응만 남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