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보험쪽 일하며 산지 10년이 좀 넘어갑니다. 저처럼 10년전 부터 동부에서 보험일 하며 살고 있는 동생과 통화를 하다보면 미국 생활의 모든 고민은 결국 '돈'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제가 사는 LA 한인타운은 집값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LA 한타사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월세가 월급의 절반을 집어삼키는 경우를 허다하게 봅니다. 여기에 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구조라 차값, 유지비까지 더하면 '숨만 쉬어도' 월 4,000불은 우습게 나갑니다.

반면, 뉴저지 팰팍에 집을 마련한 제 동생은 매년 치솟는 재산세 때문에 한숨을 쉽니다. 뉴저지의 재산세는 전국 최고 수준인 데다, 뉴욕으로 출퇴근하며 내는 톨비 또한 만만치 않죠. 결국 서부는 월세와 차량 유지비로, 동부는 무시무시한 세금과 교통비로 지갑이 털리는 구조입니다.

교통 체증의 성격도 판이합니다. LA의 프리웨이는 정체라기보다 '거대한 주차장'에 가깝습니다. 20마일을 가는데 1시간이 걸리는 일상 속에서 인생의 금쪽같은 시간들이 도로 위에 뿌려집니다.

동부는 또 다른 종류의 고통입니다. 동생은 매일 조지 워싱턴 브리지나 링컨 터널의 병목 현상을 견디거나, 지하철 환승의 스트레스를 감내합니다. 특히 겨울철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동부의 일상은 생활 난이도 면에서 서부보다 훨씬 가혹해 보입니다.

날씨는 멘탈 관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LA는 1년 내내 파란 하늘과 안정적인 햇살을 제공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하늘 한 번 보면 마음이 풀리죠. 동부는 겨울만 되면 오후 4시부터 어둑해지고, 제설로 엉망이 된 도로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사람의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풍경은 아름다울지언정 생존의 난이도는 확실히 동부가 높습니다.

사람들의 성향도 다릅니다. LA는 복장도 자유롭고 분위기도 느슨한 편이지만, 관계가 겉도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동생이 말하는 뉴욕·뉴저지 사람들은 매우 직설적이고 효율을 중시합니다. 삶의 템포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서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느낌을 받기 십상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디가 더 살기 좋은가는 "내가 어떤 종류의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디는가"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LA에서 고객과 커피 한 잔 나누며 상담하는 이 특유의 여유를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높은 주거비는 이미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플랜 B'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의 주거비를 감수하게 만드는 서부만의 매력, 즉 치안이나 도로 환경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저 역시 추위와 세금을 감수하더라도 동생이 살고 있는 동부로 떠나는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내가 더 행복하게 버틸 수 있는 곳'을 찾고싶은 기본적인 본능을 따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