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에 살다 보면 전화번호 210은 오랜 전통처럼 어디에서나 자연스럽다.

식당 예약을 하든, 수리공을 부르든, 병원에 전화를 하든 210 지역번호가 꽤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뉴욕 하면 212, 엘에이 하면 213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210이 더 오래된 번호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유다.

숫자만 놓고 보면 210이 212나 213보다 앞에 있으니 사람 심리가 괜히 더 옛날 번호 같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212와 213은 미국 지역번호 제도가 시작된 1947년부터 쓰인 거의 원조급 번호들인데, 210은 그보다 한참 뒤에 만들어졌다. 그래도 210이라는 숫자는 묘하게 올드해 보인다. 한 자리 한 자리 읽을 때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오래된 도시 번호처럼 착각하기 쉽다.

특히 샌안토니오가 뉴욕이나 엘에이처럼 현대적 이미지보다는 역사와 전통이 강한 도시다 보니, 숫자 이미지까지 덩달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여기 지역번호 210이 오래돼 보이는 건 숫자만 낮은것 뿐이고 의외로 210은 그렇게 오래된 번호가 아니다. 미국에서 지역번호 제도가 처음 생긴 건 1947년인데, 그때 텍사스는 워낙 땅이 넓고 도시가 적어서 몇 개 안 되는 번호로도 충분했다. 샌안토니오가 있는 이 지역은 한동안 512 하나로 커버가 됐다.

그렇다 지금 오스틴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512가 사실은 샌안토니오까지 포함하던 번호였다는 얘기다. 인구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집집마다 전화 한 대 있으면 잘 사는 시절이니 번호가 부족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바뀐다. 군사 도시, 관광 도시, 의료 도시라는 성격이 겹치면서 샌안토니오 인구가 빠르게 늘었고, 집 전화에 팩스, 회사 전화, 모뎀까지 붙으면서 번호 소모 속도가 확 늘었다.

결국 1992년에 샌안토니오와 주변 지역을 따로 떼어내면서 210이 탄생한다.

생각보다 최근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겨우 30년 좀 넘은 된 셈이다. 사람들이 210을 오래된 번호처럼 느끼는 이유는 도시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다. 알라모, 리버워크, 미션 같은 역사적인 풍경이 강하다 보니 전화번호까지 오래됐을 거라고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생각하게 된다.

재미있는건 샌안토니오 인구가 더 늘고 휴대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17년에는 726이라는 오버레이 지역번호가 추가됐다. 이제는 같은 동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도 210일 수도 있고 726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210을 진짜 샌안토니오 번호처럼 느낀다. 그래서 샌안토니오를 떠나 다른 도시로 이사 간 사람들이도 굳이 핸드폰 번호를 안 바꾸고 210을 계속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지역번호는 쓰다보면 정이가는 매력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