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쇼츠는 뇌를 멍청하게 만드는 도파민 쓰레기같으니까.
그런데 어젯밤, 그 알고리즘이 나한테 뭔가 신선한 동영상 하나를 던져줬다.
눈 덮인 광활한 개활지. 그레이하운드로 보이는 사냥개 두 마리. 그리고 토끼 한 마리.
처음엔 그냥 '동물 영상이구나' 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지 못했다. 그 3분정도 되는 쇼츠를 나는 세 번 연속으로 돌려봤다.
영상의 구도부터 심상치 않았다. 완전히 탁 트인 설원. 나무 한 그루, 담 하나 없는 평지.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사냥개 두 마리는 누가 봐도 그레이하운드다.
그레이하운드가 어떤 개인지 아는가? 시속 70km.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개다. 치타 다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 개가 토끼를 못 잡았다.
그냥 못 잡은 게 아니다. 토끼는 전략적으로 탈출했다. 직선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방향을 꺾고, 또 꺾고. 개들이 무게중심을 바꾸는 사이 이미 반 박자 앞서 나가 있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진짜 긴장했다. 마치 숨막히는 중계방송처럼 생생한 추격전에 숨이 멈출정도였다.
이 영상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드론이다.헬리콥터로 이걸 찍는다고 상상해봐라. 말이 안 된다. 설원에서 바람은 기본이고, 헬기 소음이면 개도, 토끼도 전부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린다.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드론은 달랐다. 소음 최소화, 기동성 최대화. 드론 조종사는 실시간 FPV 화면을 보면서 새처럼 따라간듯하다.
글자 그대로 소위 말하는 매의 눈으로 초당 수십 미터씩 움직이는 생명체 세 개를 동시에 프레임 안에 가뒀다는건 장난이 아닌 스킬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엔지니어로서 진심으로 감탄했다. 드론의 센서 기술, 실시간 영상 전송, 짐벌 안정화... 이 모든 게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이 영상은 그냥 흔들리는 개판오분전 동영상 이었을 것이다.
이건 현대 기술의 집약체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무선통신, 배터리 기술이 한 번에 녹아든 결과물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이런 영상을 찍으려면 억대 방송 장비가 필요했다. 지금은 드론 한 대로 가능하다.
"토끼야 도망가라." 러시아로 쓰인 댓글은 이렇게 썼다.
"오래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었어. 토끼야, 도망쳐줘서 고마워." 좋아요가 23K다.
다른 사람은 "토끼야, 100년 살아라"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온 세상이 너를 응원하고 있었어"라고 했다.
영어권 댓글도 "나 진짜 그 작은 녀석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이게 뭔지 아는가? 이건 공감의 본능이다.
정치도, 이념도, 언어도 상관없다. 약자가 강자에 맞서서 생존하는 장면 앞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약자 편을 든다.
러시아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인도 사람이든.
그 토끼 한 마리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그레이하운드는 직선에서 토끼보다 빠르다. 이건 팩트다.
그런데 토끼는 직선 승부를 하지 않았다. 방향 전환, 페이크, 타이밍. 이건 전략이다.
나는 이걸 보면서 스타트업 세계가 생각났다. 대기업이 자원과 속도에서 앞선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이기는 경우가 있다.
정면 대결을 안 하기 때문이다. 틈새를 파고들고, 방향을 예측 불가능하게 바꾸고, 지치지 않는 집중력을 유지한다.
그 토끼는 그걸 본능으로 했다.
인도 댓글러 한 명이 텔루구어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면 반드시 승리가 온다는 것을 이 작은 영상이 증명했다"고 썼다.
좋아요는 61개밖에 안 됐지만, 그 말은 진심이다.
내가 이 영상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이거다: 인류는 드디어 자연을 방해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게 됐다.예전 자연 다큐멘터리는 카메라 팀이 수개월 동안 야생에 묻혀 찍었다. 동물들이 카메라에 적응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렸다. 그런데 드론은 위에서 조용히 따라간다. 동물은 드론의 존재를 거의 모른다. 그 결과가 이 영상이다. 비가공, 비연출, 순수한 생존 본능의 60초 영상.
이건 기술이 자연을 통제하려 했던 시대에서, 기술이 자연을 는 그대로 담으려는 시대로 넘어간 것. 반도체 집적도가 올라가고,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고, 무선 통신 레이턴시가 줄어든 결과가 이 영상 한 편이다.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인간이 무엇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지, 그리고 전략이 속도를 어떻게 이기는지를 한 번에 보여준 영상이다.
그리고 이 영상 댓글 창을 보면서 새삼 느꼈다 — 인터넷이 아직 완전히 망하진 않았구나.
러시아 사람, 미국 사람, 인도 사람이 전부 같은 토끼를 응원하고 있었다.
정치판에서 저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거 보면 구제불능 같아도, 눈밭의 토끼 앞에서는 전부 하나였다.
인류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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