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패스포트 브라더스(Passport Bros)" 국제 결혼  - Los Angeles - 1

나는 지금 나이 38살 이면서도 아직 미혼이지만 친구들 절반은 결혼했고 절반은 아직 나처럼 미혼이다.

어제 친한 친구 마이크가 그러더라.

"야, 나 진짜 태국이나 필리핀 가서 와이프 찾을까 봐."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마이크는 약간 과체중이기는 하지만 컬럼비아 법대를 나온 M&A 변호사고, DTLA 로펌에 다니면서 연봉도 적지 않다.

그런데 LA에서 여자 만나는 게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자기 외모나 스타일로는 여기 여자들이 겉모습을 많이 보는 분위기라 진지한 관계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친구가 진짜 동남아 행 비행기를 탈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런 대화가 30대 후반~40대 미국 남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이게 바로 요즘 뜨는 "패스포트 브라더스(Passport Bros)" 현상이다.

흥미로운 건, 200년 전에는 정확히 반대 방향의 운동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편 주문 신부(Mail-Order Brides). 같은 욕망, 반대 방향. 오늘은 이 두 현상을 같이 놓고 보자.

먼저 시간을 쭉 거슬러 올라가자. 1620년대 버지니아 제임스타운. 영국이 미국에 식민지를 막 세우던 시절이다.

문제는 거기 모인 사람들이 거의 다 남자였다는 거다.

군인, 농부, 모험가. 여자가 없으니 사회가 안정이 안 됐다. 술 마시고 싸우고 도망가고. 한국으로 치면 옛날 군부대 주변 같은 분위기였다고 보면 된다.

버지니아 회사는 머리를 굴렸다. 영국에서 결혼 적령기 여성들을 모집해서 이주 비용을 대고 배에 태웠다.

신부가 도착해서 누군가와 결혼하면, 남편이 이주 비용을 담배로 회사에 갚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담배는 화폐였다. 그래서 이 여성들이 "담배 신부(Tobacco Wives)"라고 불렸다.

듣고 보면 좀 그렇지만, 그 시대 기준으로는 합리적인 거래였다.

영국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던 여성에게는 신대륙이 새 인생의 기회였고, 식민지 남성에게는 가정이라는 안정이 절실했다.

그 다음 큰 물결은 1840~1880년대 서부 개척 시대였다.

골드러시 터지면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와이오밍 같은 데로 남자들이 떼 지어 몰려갔다.

그런데 여기도 똑같은 문제. 여자가 없다. 광부 100명에 여자 한 명 있는 동네가 수두룩했다.

이때 등장한 게 신문 구혼 광고다. 서부의 외로운 남자들이 동부 신문에 "성실한 농장주, 결혼 상대 구함. 25~35세 건강한 여성"이런 광고를 냈다.

동부 여성들이 편지를 보내고, 몇 달 동안 손편지로 서로를 알아간다.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여자가 기차 타고 며칠 동안 서부로 간다.

도착한 날 처음 얼굴 보고 그 주에 결혼하는 일도 흔했다. 지금 데이팅 앱에서 매칭되고 한 달 만에 만나는 것보다 더 빠르다.

이 시절 신부들 이야기는 진짜 다양하다.

도착해보니 광고와 전혀 다른 남자라 도망친 케이스, 시대를 앞서간 사업가가 돼서 남편보다 부자 된 케이스, 인디언 습격에서 살아남아 회고록 쓴 케이스까지.

미국 서부 영화의 절반은 이 여성들 이야기 위에 세워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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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 방향이 뒤집혔다

자, 이제 현재로 오자. 똑같은 욕망인데 방향이 정반대다.

이번엔 남자가 비행기를 탄다. 동남아, 남미, 동유럽으로. 유튜브에 "Passport Bros"라고 치면 영상이 수만 개 나온다.

태국, 콜롬비아, 필리핀, 우크라이나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여성"을 만났다는 후기들.

이들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미국 데이팅 시장은 망가졌다. 여성들이 너무 까다롭고, 결혼과 가정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고, 남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아직 가족 중심 가치관이 살아있는 나라로 간다는 논리다.

이게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인지, 진짜 시장 실패인지, 아니면 그냥 핑계인지는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다.

패스포트 브라더스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라들을 보면 각각 분위기가 다르다. 한번 정리해보자.

태국은 가장 오래된 행선지다. 방콕, 치앙마이, 파타야. 영어 잘 통하고, 인프라 좋고, 비자도 비교적 쉽다.

다만 너무 오래된 시장이라 여기 여성들도 외국 남자에 대한 경험이 많다. 순진한 시골 처녀를 기대하고 갔다가 능숙한 협상가를 만나는 경우가 흔하다.

필리핀은 가톨릭 문화권이라 가족 중심 분위기가 강하다. 영어가 모국어급이라 의사소통이 가장 편하다.

다만 한 번 결혼하면 처가 식구 30명을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가 종종 있다. 미국 남자들이 가장 많이 충격받는 부분이다.

콜롬비아는 최근 5년 사이 폭발적으로 떴다. 라틴 특유의 따뜻한 가족 문화에 외모도 좋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안전 문제, 그리고 "그링고 가격(외국인 바가지)"은 늘 따라다닌다.

베트남, 일본, 한국은 좀 다른 카테고리다. 한국과 일본은 여성들이 이미 경제적으로 자립했고, 결혼 자체에 대한 회의가 강한 나라다.

그래서 여기 가는 패스포트 브라더스들은 의외로 "조용하고 자기 일 있는 여성"을 찾는다고 말한다.

베트남은 아직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해서 인기 행선지로 떠오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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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은 외모와 교육 수준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상황은 극도로 복잡해져서 윤리적 논란이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비판은 분명하다. 경제력 차이를 이용한 일종의 권력 거래라는 지적이다.

뉴욕에서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마닐라 가면 갑자기 인기남이 되는 건 그가 잘나서가 아니라 달러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여성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니라 "덜 까다로운 옵션"으로 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옹호 쪽도 일리는 있다. 결혼 상대를 어디서 찾든 그건 개인의 자유고, 어차피 모든 결혼에는 경제적 요소가 끼어 있다는 주장이다.

200년 전엔 동부 처녀가 "여기 답 없다" 싶어서 기차 타고 와이오밍 갔다.

지금은 뉴욕 변호사가 "여긴 답 없다" 싶어서 비행기 타고 마닐라 간다.

이동 수단만 바뀌었지, 마음은 별 차이 없다. 그냥 인간은 답 없으면 국경 넘는다.

이건 도덕 문제가 아니라 거의 본능에 가깝다. "여긴 아닌데?" 싶으면 가는 거다.

근데 여기서 웃긴 포인트가 하나 있다.

옛날 우편 주문 신부는 진짜 생존 문제였다. 선택지가 없어서 간 거다.

지금 패스포트 브라더스는? 선택지는 많은데 불만이 많은 케이스다.

한마디로 예전은 "살려고 갔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에 안 들어서 간다"

이 차이가 은근 크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결국 어디 가도 "사람 잘 만나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