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는게 밖에 나가보면 사방에 CCTV 천지입니다.

길만 나서면 사방에 CCTV고, 차 한 대에 대시캠 기본 장착, 집 앞에는 링 카메라까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카메라가 많아졌는데도 유령 영상이나 귀신 찍혔다는 얘기는 오히려 더 안 들립니다.

어릴 땐 비디오 테이프 시절에도 귀신 사진이니 심령 영상이니 떠돌아다녔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해상도도 4K고 밤에도 선명하게 찍히는데, 귀신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첫째, 요즘 카메라는 너무 똑똑합니다. 예전에는 흔들린 화면, 노이즈, 빛 번짐만 있어도 귀신이다 싶었는데, 요즘 카메라는 자동으로 노이즈를 지워버립니다. 먼지, 벌레, 안개 같은 건 그냥 필터로 정리해버립니다. 귀신이 나올 틈이 없습니다.

둘째, 사람들이 너무 바쁩니다. 예전엔 밤에 무서운 영상 하나 나오면 온 동네가 떠들썩했는데, 지금은 귀신 나와도 스크롤 한 번 내리면 끝입니다. 귀신도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라면 요즘 세상은 살기 힘들 겁니다.

셋째, 대시캠이 늘어나면서 귀신 입장에서는 위험한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엔 어두운 고갯길에서 흐릿하게 나타나면 됐는데, 지금은 번호판부터 얼굴까지 다 찍힙니다.

넷째, 솔직히 말해 요즘 세상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뉴스만 틀어도 범죄, 사고, 분쟁이 넘쳐납니다. 귀신이 나와도 사람들이 놀랄 여유가 없습니다. 그냥 또 하나의 이상한 영상으로 소비되고 말겠죠.

다섯째,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스터리가 설 자리가 줄었습니다. 예전엔 설명 안 되는 건 다 귀신 탓이었는데, 지금은 전문가가 바로 분석합니다. 빛 반사입니다, 렌즈 플레어입니다, 드론입니다, 라고 말해버리면 끝입니다. 귀신도 이미지 관리가 중요할 텐데, 매번 과학적으로 반박당하면 출연 의욕이 떨어질 겁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귀신이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명확한 세상에 살아서 못 보는 건 아닐까 하고요.

모든 걸 설명하려 들고, 증거 없으면 믿지 않는 시대입니다. 어쩌면 귀신은 아직도 어딘가에 있는데, 화질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안 보이는 걸지도 모릅니다. 흐릿해야 무서운 게 있는데 요즘 카메라는 너무 선명하게 나옵니다.

귀신보다 카메라가 더 무서운 시대, 그게 요즘입니다. 결론은 귀신이 나와도 재미없어지는 세상이 된 거죠.

카메라는 늘었는데 상상력은 줄어든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