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집보낼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해지네요 - Palisades Park - 1

요즘 들어 부쩍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우리 딸이 올해 27이 됐어요.

미국에서 살기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딸이 시집갈 나이가 됐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펠리세이드(Palisades Park)에 자리 잡고 산 지 이제 이십 년이 넘었습니다. 딸이 여섯 살 때 남편 따라 미국 왔으니까요.

처음 왔을 때는 영어도 안 되고 운전도 무서워서 한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그러다 딸 학교 보내면서 학부모들이랑 얼굴 트고, 한인 마트 다니고, 교회 나가면서 조금씩 동네에 적응했죠.

펠팍이 한인 많은 동네라 그나마 정 붙이고 살았던 것 같아요. 한국 식료품 살 데 많고, 한국말 통하는 병원도 있고, 그게 어찌나 든든하던지.

딸은 한국에서 유치원만 잠깐 다니다 와서 영어가 거의 모국어예요. 한국말은 집에서만 쓰니까 듣는 건 다 알아듣는데, 말할 때는 가끔 단어가 막히죠.

그래도 엄마 아빠한테는 꼬박꼬박 한국말로 해줘서 고마워요. Rutgers 나와서 지금은 맨해튼에 있는 회사에 다녀요. Fort Lee에 작은 아파트 얻어서 독립한 지 이 년 됐고요. 차로 이십 분 거리라 자주 오긴 하는데, 그래도 같이 살 때랑은 다르더라고요.

요즘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한인 이세인데 의젓하고 직장도 안정적이고 부모님도 점잖으신 분들이라 마음에 들어요.

둘이 진지하게 만난 지 일 년 좀 넘었는데, 이대로 가면 내년쯤엔 결혼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서 자리 잡는 거니까 부모로서야 더 바랄 게 없죠. 근데 막상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니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휑해지더라고요.

이민 와서 산 세월을 돌이켜보면 딸 키우는 게 거의 전부였어요. 남편은 일하느라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고 저는 딸 학교 픽업하고 학교 보내고 숙제 봐주고, 그러다 보니 하루가 갔습니다. 영어 안 되는 엄마라 미안한 마음에 더 챙겼던 것 같아요.

친구들 챙기려고 일부러 행사도 따라가고, 학교 봉사도 하고. 딸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시집가면 진짜 제 손을 떠나는 거잖아요.

남편하고 둘이 남으면 어떨까 상상해봤어요. 우리 부부가 사이가 나쁘진 않아요.

그래도 이십몇 년을 딸 중심으로 살았으니까, 둘이서만 마주 앉아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할까 싶어요.

한국 사람들 흔히 그러잖아요. 자식 다 키워놓으면 부부만 남는데, 그때 어색해서 못 살겠다는 분들.

솔직히 우리도 그럴까 봐 좀 걱정됩니다. 남편은 아직 일하니까 낮에는 혼자 있게 될 텐데, 그 긴 시간을 뭐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국이면 친정 식구도 가깝고 친구들도 옆에 있으니까 덜 외로울 텐데, 여긴 그게 안 되니까요.

친정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다 한국에 있어요. 영상 통화 하면 되긴 해도 시차 때문에 자주는 못 하고요.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시기에 자식들 결혼시키느라 본인들 마음 추스르기 바쁜 것 같아요.

요즘은 일부러 뭐라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동네 커뮤니티 센터 영어 클래스도 등록했고, 교회에서 권사님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운동도 시작했어요.

나중에 손주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부모가 너무 자주 끼어드는 거 안 좋아한다고 들어서요. 거리 두고 살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거, 그거 하나만 보고 살아왔는데,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까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비슷한 시기 겪으신 분들 많을 텐데, 다들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