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유독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만드는 이름이 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늘 담백한 사람 냄새를 풍기던 배우 김주혁입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김주혁은 한국 연기계의 거목이었던 고 김무생 배우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걸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반대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았고, 1997년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극단 표현과 상상에서 차근차근 기본기를 쌓았습니다.

이후 1998년 SBS 공채 8기 탤런트로 데뷔하며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버지에게도 배우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고, 부자가 함께 자동차 광고를 찍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두 사람이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동반 작업이 되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김주혁이라는 배우는 한 가지 색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멜로와 액션, 코미디와 스릴러를 자유롭게 오갔고, 예능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영화 방자전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방자를 연기하며 강한 남성미와 섬세한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공조에서는 냉혹한 빌런 차기성 역으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가장 가깝게 기억하는 모습은 예능 1박 2일에서의 구탱이 형일 것입니다. 허당 같으면서도 따뜻한 맏형의 모습은 배우 김주혁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2017년 10월 30일, 시간이 멈춰버린 날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의 비보는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쉽게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습니다. 2017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그는 사고 후 약 두 시간 만에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시상식에서 웃으며 소감을 전하던 모습이 생생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당시 포털 사이트와 뉴스 공간이 마비될 정도로, 온 사회가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지금도 그가 유독 그리운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김주혁은 화려한 스타라기보다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였고, 동시에 친근한 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의 연기에는 언제나 진정성이 있었고, 스크린 밖에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의 담담한 사랑, 독전에서 보여준 광기 어린 모습, 그리고 1박 2일에서의 환한 웃음까지, 우리는 여전히 그의 다양한 얼굴 속에서 그를 만나고 있습니다.

멋진 연기로 우리를 울고 웃게 해주었던 배우 김주혁. 비록 그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그의 담백한 목소리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