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든 우주정거장이든, 인간을 가두면 어떻게 되나 - Chicago - 1

영화나 다큐멘트에 나오는 남극 연구원이나 우주비행사는 차분하게 데이터 들여다보고, 위기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한다.

그런데 실제 보고서들을 보면 사소한 것 때문에 팀 분위기가 박살났다느니, 집중력이 떨어졌다느니, 수면이 완전히 망가졌다느니 문제들이 많다. 과거에는 충분히 필터링 하지 못한 사람들 뽑았다가 문제가 많았다.

심리학에서는 남극 기지를 "지구에서 가장 우주와 비슷한 생활 환경"이라고 부른다.

그 말인즉슨, 인간을 장기간 가두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관찰하기 딱 좋은 실험실이라는 거다.

고립감.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온다고 한다.

처음엔 대부분 괜찮다. 새 환경에 대한 흥분도 있고, 임무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극 겨울에는 눈보라가 멈추질 않아서 3달은 기본 그 이상으로 비행기가 못 들어온다.

남극은 창밖에 눈밖에 없다. 일정은 매일 똑같다. 연구, 장비 점검, 밥, 운동. 루프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감각 자극 부족"이라고 부른다. 장기간 지속되면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으로 이어진다.

남극은 계절에 따라 해가 몇 달째 안 지거나, 몇 달째 안 뜨는 구간이 있다.

수면이 망가지면 연쇄 반응이다.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폭발한다.

이 상태에서 좁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이랑 계속 부대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인간 관계 갈등 — 피할 곳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반 사회에서는 누군가랑 갈등이 생기면 그냥 안 보면 된다. 거리를 두면 된다.

근데 남극 기지에선 그게 안 된다. 화장실도 같이 쓰고, 밥도 같이 먹고, 자는 공간도 옆이다.

그래서 사소한 성격 차이가 며칠 사이에 팀 분위기를 완전히 갈아버리는 사례가 실제로 보고된다.

이게 허풍이 아니라 공식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얘기다.

그래서 남극 연구원이나 우주비행사 선발할 때 전문 능력만큼 성격 평가랑 협력 능력을 따지는 게 이유 없는 게 아니다.

남극 연구에서 보고된 현상인데, 겨울이 깊어지고 외부 교류가 끊기면 기지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의욕 저하, 집중력 감소, 우울감. 심한 경우엔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도 약간 떨어지는 게 관찰됐다.

우주비행사들도 영상 통화나 메시지로 가족이랑 연락할 수는 있는데, 실제로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

인간은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동물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이걸 대체하는 건 아직 없다.

NASA가 우주비행사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랑 가족 소통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

다행인 건 대부분의 연구원과 우주비행사들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는 거다. 인간의 적응력이 생각보다 강하다.

조건이 있다. 규칙적인 루틴, 운동, 취미 활동 유지, 그리고 팀워크.

이 네 가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구조 없이 버티는 건 장기전에서 항상 진다.

이 얘기가 남극이나 우주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코로나 봉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걸 작은 규모로 경험했다.

햇빛, 자연 풍경,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이게 없으면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 모두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내가 리모트 워크로 집에만 있어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왔다. 몇 달 지나니까 집중력이 떨어지고 루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극이나 우주는 그게 극한으로 증폭된 버전이다.

결국 인간이라는 하드웨어는 사회적 환경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