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사람 지금 화난 건가, 칭찬하는 건가? 표정은 웃고 있는데...
미국인들이 "fuck"을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는 거 처음에는 누구나 힘든 과정인것 같다.
이게 웃긴 주제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꽤 중요하다.
미팅에서 클라이언트가 "What the fuck is going on with this deadline?"이라고 했다고 치자.
뭐? fuck? 이게 지금 미쳤나? 당신 지금 나한테 욕한거지? 하면서 열받으면 안된다.
그 사람은 그냥 딜레이된 상황에 대한 좌절감을 과격하게 내뱉은거다.
그래서 이 단어의 사용 문법을 모르면 미국 직장 생활이 어려워진다.
언어학적으로 보면, 이건 진짜 천재적인 단어다
한국어에서 "진짜"라는 단어가 명사, 부사, 형용사로 다 쓰이듯이, "fuck"은 영어에서 활용도가 거의 모든 품사를 커버한다.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감탄사. 심지어 문장 중간에 삽입어로도 쓰인다.
"Abso-fucking-lutely"처럼 단어 내부에 끼워 넣는 "infixation"이라는 언어 현상까지 만들어낼 정도다.
언어학에서 이걸 intensifier, 즉 강조어라고 부른다.
"It's cold"와 "It's fucking cold"는 정보 내용은 같지만 emotional intensity가 다르다.
미국인들은 그 강도를 조절하는 도구로 이 단어를 쓴다.
그러니까 이건 욕이기 전에 언어 기능의 문제다.
내가 동료들이랑 일하면서 느낀 건,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일수록 이 단어를 강조할때 수시로 쓴다는 거다.
아마도 정확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감정의 강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내 개인 관찰이다, 맞을수도 있고 아니면 트럼프도 이말 자주 쓰는거 보면 BS일 수도 있다.
상황이 전부다 — Context is everything
미국에서 15년 가까이 살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rule이 있다. 이 단어는 철저하게 context-driven이다.
친구들이랑 NFL 보다가 "What the fuck was that (play)?"는 그냥 "저 플레이 미쳤다"다.
그런데 HR 미팅에서 그 말 했다간 그날로 경고 들어온다.
같은 단어, 완전히 다른 결과. 미국 사회는 이 경계를 굉장히 명확하게 인식한다.
10대, 20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comma처럼 쓰인다.
요즘 애들 말들어보면 세 단어 중 하나가 fuck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화도 있다.
뭐 이런 대화가 이루어지냐... ㅋㅋ 숨쉴때마다 무슨 디폴트인가...
반면 공식 프레젠테이션, 고객 미팅, 가족 자리에서는 완전히 다른 언어 모드로 스위칭이 된다.
이게 능숙하게 되면 그 사람은 사회화가 잘 된 미국인이다.
순화 버전도 재미있다.
"Fudge", "Frick", "Eff" 같이 발음이 비슷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뭐 애들 앞에서도 쓸 수 있는 버전이다.
"What the fudge is going on with this timeline?"
"Who the frick worked on this section?"
"Ah, eff... give me a second."
"This bug is freaking annoying."
"Why is this freaking thing not working?"
여기서 "freaking"은 사실상 "fucking"의 완전 안전한 대체어다. HR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버전이랄까?
그래서 이건 일종의 사회적 합의다. 서로 다 알지만, 굳이 선 넘지는 않는거.
그래서 이 표현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순한 욕"이 아니라 "미국식 눈치와 거리 조절 기술"이라는 점이다.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판도를 바꿨다
이 단어가 지금처럼 일상화된 데는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80년대만 해도 영화에서 이 단어가 나오면 R등급이 거의 확정이었다.
지금은 넷플릭스 드라마, 팟캐스트, 심지어 TED 강연에서도 간간이 등장한다.
힙합 음악이 mainstream이 되면서 이 단어의 노출 빈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자란 세대들은 이미 이 단어를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 표현 도구"로 뇌에 인코딩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30대 이하한테는 솔직히 별로 shocking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neutral해진 건 아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이 단어가 나오면 여전히 뉴스가 된다.
정치인이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이 단어 썼다가 사과문 내는 거 몇 번이나 봤다.
이중성이다. 일상에서는 받아들일 수준이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여전히 금기된 언어인셈.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식을 깨기 시작한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될거다.
그래서 내 생각은
이민자, 교포 입장에서 이 단어는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거다.
언제 쓰고 언제 안 쓰는지를 감으로 아는 사람이 진짜 미국 사회에 integrate된 사람이다.
그냥 단어 하나를 아는 게 아니라 그 단어가 움직이는 social context를 읽을 줄 아는 것.
직장 생활하면서 이 단어 덕분에 오히려 동료들이랑 더 빨리 친해진 적도 있고, 잘못 썼다가 분위기 어색해진 적도 있다.
내 생각에 미국 영어를 진짜 쓰고 싶다면, 이 단어가 동작하는 규칙을 교과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배워라.
그게 훨씬 빠르고 정확할거고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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