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야기할 때 필름 누아르(film noir)를 빼고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 Double Indemnity 1944년작예요.
지금 다시 봐도 이 영화는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멋진 영웅 같은 건 없고 세상을 구하는 정의도 없습니다.
그 대신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차갑게 그리고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멀쩡해 보이던 얼음판을 걷다가 갑자기 발 밑에서 우지직 소리가 나면서 아래로 쑥 빠지는 느낌이 영화 내내 그런 분위기 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합니다. 보험 세일즈맨 월터 네프가 어느 날 고객의 아내 필리스를 만나면서 시작되죠.
둘은 남편을 죽이고 보험금을 타먹기로 합니다. 끝.
이렇게 줄거리만 적어 놓으면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아닌가?" 싶을 거예요.
그런데 이게 1944년에 나왔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당시.. 뭐랄까 교회 열심히 다니는 미국 관객들 입장에서는 꽤 충격적인 영화였어요.
이 영화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범죄 장면이 아닙니다. 평범하게 살던 남자가 욕망에 끌려 한 발씩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가는 과정이 너무 진짜 같아서 무서워요.
처음에는 그냥 작은 거짓말 하나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게 눈덩이처럼 굴러가더니 어느 순간 모든 걸 집어삼켜 버립니다. "어, 어, 어" 하다가 끝나는 거죠.
영화 속 LA를 보고 있으면 저는 매번 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햇빛 쨍쨍한 야자수의 LA가 아니에요.
흑백 화면 속 LA는 새벽 두 시 형광등만 켜져 있는 거리 같습니다. 차갑고, 공허하고, 어딘가 적막해요.
넓은 저택이 나와도 따뜻하기는커녕 음침합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데도 빈 집처럼 느껴져요.
영화에서 보이는 라파예트 파크 인근 주택가는 지금으로 치면 코리아타운 근처인데, 당시에는 중상류층 백인 동네였습니다.
도시도 사람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이 완전히 바뀌는구나. 영화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 빌리 와일더(Billy Wilder)의 연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오프닝.
총상을 입은 월터가 사무실 녹음기 앞에 앉아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그 장면.
지금이야 플래시백 구조가 너무 흔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1944년 기준으로는 거의 새로운 영화 문법을 발명한 수준이었어요.
오래된 재즈 한 곡이 이후 수십 년의 음악을 바꿔놓듯이, 이 영화도 이후 등장한 수많은 범죄 영화들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후대 감독들이 이 영화에 진 빚을 다 갚으려면 아마 평생 걸릴 거예요.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Barbara Stanwyck 이 연기한 필리스를 안 짚고 넘어가는 건 반칙입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팜므 파탈 중 한 명이거든요.
필리스는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런 1차원적인 위험이 아니에요.
그녀는 사람 마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흔들어서 무너뜨립니다.
발목에 찬 팔찌 하나, 슬쩍 끼는 선글라스 하나까지도 다 계산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에요.
예쁜 향수병에 독을 담아놓은 것 같은 인물이라고 할까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데, 가까이 가면 위험합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고 싶어요. 그게 문제죠.

80년이 지나도 사람 이야기는 똑같다
이 영화가 8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결국 단순합니다.
인간이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거든요.
욕망, 돈, 사랑, 배신. 이런 감정들은 시대가 달라져도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우리를 흔듭니다.
그래서 Double Indemnity 를 보고 있으면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사람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옷차림과 자동차만 바뀌었을 뿐, 그 안의 욕망은 어제 일처럼 익숙합니다.
LA에 오래 살다 보면 화려함이 있으면 그늘도 있고, 성공 스토리 뒤에는 욕망과 외로움이 같이 있다는걸 알게 됩니다.
누아르는 바로 그 LA의 어두운 얼굴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낸 장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Double Indemnity가 있습니다.
오래된 영화라고 미루지 마세요. 이 영화는 늙지 않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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