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중에 회사에 있는데 한국에 있는 사촌형한테 전화가 왔다.
점심시간에 잠깐 통화했는데 통화 내용은 "야, 비트코인 또 빠졌다. 기회니까 지금 투자해"
나는 요즘 생활비가 너무많이 들어가서 여유가 없으니 생각해 볼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형이 비트코인 초창기부터 사고 팔고를 반복하면서 꽤 큰 돈을 만든 사람이다.
떨어지면 줍줍, 오르면 팔고, 또 기다렸다가 들어간다.
내가 보기엔 거의도박인데 결과만 보면 강남 아파트 한채정도 돈을 벌었다니까 뭐라 할 수가 없다.
통화 끝나고 회사 돌아와서 미국인 동료한테 슬쩍 물어봤다.
"너 비트코인 좀 가지고 있어?" 돌아온 대답이 뭔지 아나. "Nah, I just do index funds." 끝이다. 관심 자체가 없다.
한국에서는 단톡방마다 코인 가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모이면 부동산 다음으로 코인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코인 이야기 꺼내면 마치 도박 권유하는 사람 보듯이 쳐다본다.
같은 자산인데 태평양 건너면 대우가 이렇게 달라진다. 이게 단순히 문화 차이만은 아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은 투자 채널이 제한적이다. 부동산은 이미 진입장벽이 하늘이고, 주식시장도 피해본 개미 투자자 이야기만 들린다.
그러니 코인처럼 변동성 크고 진입장벽 낮은 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Supply of investment options가 부족하면 demand가 한쪽으로 쏠리는 건 경제학 101이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S&P 500만 해도 장기 연평균 수익률이 10% 안팎이다.
401(k), IRA, Roth IRA 같은 세금 혜택 구조도 잘 갖춰져 있다.
굳이 밤새 차트 보면서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없는 거다.
미국 투자 문화의 핵심은 "boring is beautiful"이다. 재미없는 게 돈을 번다.
주변 한인들 봐도 그렇다. 사업, 부동산, 세금 이야기에는 귀가 번쩍 뜨이는데 코인은 의외로 조용하다.

이민사회 특성상 이미 리스크를 크게 지고 있으니까. 나라를 옮긴 것 자체가 인생 최대의 bet이다.
거기다 코인까지 올인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트코인 이야기 전에 도지코인부터 짚고 가자. 왜냐하면 이게 완벽한 counter-example이니까.
2021년쯤 도지코인 안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윗 하나 날리면 가격이 50%씩 뛰었다.
주변에서도 "도지 안 사면 바보" 이런 분위기였다.
지금은? 차트 열어보면 페니스탁이랑 구분이 안 된다. 작은 등락만 반복하면서 거래량도 쪼그라들었다.
한때 모두가 이야기하던 코인인데 지금은 이름 꺼내면 "아 그거 아직 있어?" 이 반응이다.
여기서 배울 게 있다. 코인 시장은 스타트업 시장이랑 똑같은 구조다.
수천 개 프로젝트가 뜨고, 대부분은 죽고, 극소수만 살아남는다.
VC들이 포트폴리오 10개 중 9개 망해도 1개가 대박 나면 된다고 하는 것처럼,
코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그런 분산이 안 된다는 거다.
유행으로 올라간 코인은 유행이 끝나면 같이 끝난다.
비트코인은 몇 번이나 "망했다"는 선고를 받았다. 2014년 Mt. Gox 해킹, 2018년 크립토 겨울, 2022년 FTX 폭발. 매번 "이번에는 진짜 끝이다" 소리가 나왔고, 매번 살아남았다. 이 정도면 anti-fragile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이다.
그렇다고 "그러니까 무조건 사라"는 게 아니다.
과거에 살아남았다는 것과 앞으로도 살아남을 거라는 건 다른 문제다.
다만 track record가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다. 10년 넘게 시장에서 버틴 자산은 그 자체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거다.
비트코인이 반토막 나니까 드는 "지금 사야 되나?" 질문..... 근데 나는 이 질문이 틀렸다고 본다.제대로 된 질문은 "지금 사서 0원이 돼도 내 삶에 타격이 없는 금액은 얼마인가?"
이 프레임으로 바꾸는 순간 모든 게 단순해진다. 그 금액이 1000달러면 1000달러만 넣으면 된다.
5000달러면 5000달러. 그게 0이면 안 사면 그만이다. 아무도 당신을 강제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지금 기회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솔직히 아는 사람도 없다.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다만 코인 시장은 냉정하다. 유행으로 뜬 건 유행이 끝나면 사라지고, 살아남는 건 극소수다.
도지코인이 그걸 증명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살아남는 쪽에 있었다.
지금 반토막 난 가격을 보면서 "사야 되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문을 바꿔라.
잃어도 괜찮은 돈이 얼마인가. 그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밤에 잠은 잘 수 있을테니까.


똘이분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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