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와서 처음 딥디시 피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좀 당황했다.
“이걸... 어떻게 먹지?”
누가 봐도 손으로 들고 먹을수도 없고, 치즈는 줄줄 늘어지고, 안엔 뭐가 들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피자란 대개 손으로 들고 가볍게 한 조각 먹는 음식이다. 결국 포크랑 나이프 들고 전투 자세로 먹기 시작했다.
마치 피자 코스프레한 파이 아니냐며, 옆에 앉은 친구가 한마디 던졌다. “야, 이건 피자계의 라자냐야.”
그렇게 먹기 시작한 딥디시는… 어라? 맛있다. 아, 이게 그냥 두꺼운 게 아니었구나.
시카고 딥디시는 단순히 ‘두껍다’가 아니라, 속이 꽉 찬 진짜 요리다.
일단 도우는 일반 피자 도우보다 훨씬 깊고 바삭하게 구워진다. 콘밀이 들어가서 바삭한데 약간 고소한 향도 난다.
그 위에 소시지, 치즈, 채소 같은 속재료를 층층이 쌓고, 마지막엔 뜨끈한 토마토 소스로 덮는다.
보통 피자가 소스를 밑에 깔고 치즈 위에 토핑을 얹는 거라면, 딥디시는 순서가 반대다.
이걸 자를 땐 마치 케이크 자르듯 단면을 조심스럽게 드러내야 한다.
이쯤 되면 슬슬 깨닫는다. 이건 그냥 ‘빵에 뭐 얹은 간식’이 아니라 진짜 메인 요리라는 걸.
딥디시는 피자계의 T본 스테이크 같은 존재랄까.
시카고 안에서도 여러 맛집들이 있는데, Lou Malnati’s, Giordano’s, Gino’s East 같은 가게들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어떤 집은 치즈가 엄청나게 들어있고, 어떤 집은 통짜 소시지를 가득 채워준다. 말 그대로, 치즈와 고기의 산을 만들어낸 장인들이다.
그들의 집념은 장난 아니다. 치즈 하나 골라도 그냥 쓰지 않고 특정 농장의 모차렐라만 고집하고, 소스도 캘리포니아산 토마토로만 만든다.
이쯤 되면 음식이라기보단 작품이다.
사실 시카고 딥디시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피자헛, 도미노, 파파존스 같은 체인점 피자들이 ‘치즈 더블’, ‘소시지 폭탄’, ‘베이컨 콤보’ 같은 토핑 중심주의를 외치게 된 것도 결국 시카고 딥디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이 토핑 위주의 피자가 한국에 들어가면서 불고기+고구마무스+콘+감자튀김…한국식 피자는 이미 ‘빵+치즈+소스’의 개념을 뛰어넘어, 모든 재료를 얹을 수 있는 빵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이 말은 좀 과장일 수 있겠지만, 미국 피자 문화를 만든 장본인은 사실 시카고다.
물론 이 피자, 건강엔 별로 좋지 않다. 칼로리 폭탄, 나트륨 폭탄, 지방 폭탄… 삼위일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음식이 인생의 즐거움이 되지 않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