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장을 보러 갔다가 정육 코너 앞에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그라운드 비프 2파운드짜리 패밀리팩이 15달러 가까이 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햄버거도 만들고 미트소스도 해 먹으려고 별생각 없이 카트에 넣었을 텐데, 요즘은 가격표부터 다시 보게 됩니다.
저는 일리노이 사보이에 사는데, 여기서 장을 보다 보면 몇 년 전보다 식료품값이 확실히 올랐다는 게 느껴져요.
특히 소고기는 이제 세일하지 않으면 선뜻 손이 안 갑니다.
집에 와서 궁금해서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까지 찾아봤습니다. 제가 마트에서 유난을 떤 게 아니더라고요.
전국 평균으로 봐도 그라운드 비프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불과 1년 사이에도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고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키우는 소의 숫자가 적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는 닭처럼 몇 달 만에 공급을 확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번식시키고 송아지가 자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당장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라운드 비프가 원래 비싼 고기라는 이미지가 아니었다는 거죠.
스테이크야 와규니 프라임컷이니 비싸도 특별한 날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다짐육은 햄버거 패티부터 미트볼, 파스타 소스, 볶음밥까지 여기저기 부담 없이 쓰던 재료였잖아요.
한국 음식 할 때도 만두소나 동그랑땡에 넣기 좋고요.
그런 고기까지 파운드당 7달러를 생각해야 하니 식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고기를 끊은 게 아니라 사용하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가장 많이 사는 건 닭입니다. 특히 세일하는 닭다리살을 좋아해요.
가슴살보다 촉촉하고 간장, 마늘, 설탕 조금 넣어서 재워두면 다음 날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됩니다.
통닭도 가격이 괜찮을 때 한 마리 사 옵니다.
손질이 귀찮긴 하지만 가슴살, 다리 날개를 따로 먹고 남은 뼈로 국물을 내면 생각보다 버리는 게 별로 없습니다.
계란도 다시 자주 먹게 됐습니다. 몇 년 전 계란값이 정말 무서울 정도로 올랐던 시기가 있었는데, 가격이 괜찮은 날 한 판 사두면 활용도가 높아요.
아침에는 프라이, 저녁에는 계란찜이나 계란말이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의외로 효과가 큰 게 두부와 콩입니다.
저는 다짐육으로 동그랑땡을 만들 때 고기를 예전처럼 100% 넣지 않습니다.
두부 물기를 꽉 짜서 같이 섞어보니 오히려 더 부드럽더라고요. 고기는 적게 들어가는데 양은 늘어나니 일석이조입니다.
파스타 미트소스도 마찬가지예요. 다짐육을 조금 줄이고 잘게 썬 버섯이나 렌틸콩을 넣습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맛없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토마토소스에 오래 끓이면 생각보다 티가 많이 안 납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이런 식으로 먹는 게 그렇게 낯선 방법도 아닌 것 같아요. 원래 두부찌개, 콩비지, 콩자반처럼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으니까요.
다만 저는 일주일에 무조건 며칠은 고기를 먹지 말자는 식으로 정해두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받더라고요. 대신 마트에서 소고기가 비싸면 억지로 사지 않는 정도입니다.
세일하면 사고, 괜찮은 가격의 닭이나 돼지고기가 있으면 그걸 사고, 아무것도 마음에 안 들면 그날은 두부나 계란을 삽니다.
그리고 패밀리팩이 싸게 나오면 집에 와서 바로 한 끼 분량씩 나눠 냉동합니다.
귀찮다고 냉장고에 통째로 넣어두면 결국 며칠 뒤 상하기 전에 억지로 먹게 되더라고요.
생활비를 관리하다 보니, 이제 마트에서 1~2달러 차이도 무시하지 않게 됩니다.
한 품목에서는 몇 달러지만 닭, 고기, 계란, 우유, 채소를 전부 담고 계산대에 가면 차이가 꽤 커지니까요.
그렇다고 매일 싼 것만 찾아다니며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먹고 싶은 소고기가 있으면 사 먹습니다. 대신 예전처럼 가격을 보지도 않고 카트에 넣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요즘 장보기는 결국 이런 작은 선택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소고기가 너무 비싸면 안 사면 되고, 또 가격이 괜찮아지는 날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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