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에도 여름은 온다.

비록 동남부처럼 땀 범벅이 되는 폭염은 아니지만, 햇볕은 강렬하다.

바닷가라서 에어컨 없는 집에 살다 보면 그늘 하나, 바람 한 줄기, 그리고 수박 한 조각이 얼마나 고마운지 절절히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코스트코에 장 보러 갔다가 수박이 산처럼 쌓여 있는 걸 봤다.

“아, 진짜 여름이 왔구나.”

예전엔 수박 사면 반은 냉장고에 박아놓고 까먹었는데, 요즘은 잘라놓으면 하루 만에 없어진다.

아내도 좋아하고, 운동 후엔 내가 먼저 찾는다.

그냥 맛있어서 먹는 줄 알았던 수박. 얘가 은근히 몸에 기가 막히게 좋은 과일이라는 것.

수박은 90%가 물이다. 여름에 땀으로 빠진 수분을 이렇게 맛있게 채울 수 있다는 건 복이다.

햇볕 아래서 농구 한 판 뛰고 왔을 때… 한 조각 먹으면 몸 안에서부터 식는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수박의 붉은색 성분인 라이코펜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비타민 A, C가 피부에 수분과 탄력을 준다고 한다.

아내는 요즘 “수박 좀 더 사 와”라며 이유 없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수박에는 ‘시트룰린’이라는 성분이 혈류를 도와주고 피로도 줄여준다는데, 확실히 시원한 수박주스 한 잔이 몸을 더 빨리 진정시키는 느낌이 있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게 천연 BCAA라는 말도 있더라..

또한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고 나트륨은 적어서 혈관 건강에 좋은 과일이란다.

나는 하루에 간식 한 번은 꼭 먹는 타입인데, 요즘은 아이스크림 대신 수박으로 대체 중이다.

100g에 30칼로리 정도밖에 안 되는데, 수분과 섬유질이 많아서 배부르고 속도 편하다.

단점이라면…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된다는 것. 한 통 사서 “조금만 먹자” 해놓고 어느새 반 이상이 사라져 있다.

냉장고 문 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 – 바로 수박.

그리고 그걸 함께 먹는 사람들과의 시간.

그게 여름이 주는 가장 소소한 행복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