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2004년까지 NBC에서 방송된 Friends는 미국 시트콤의 대박 스토리 그 자체라고 봅니다.

이게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TV 틀다 보면 멈추질 못하겠더라고요. 집안일 하다가, 빨래 개다 말고 소파에 앉아서 한 편 더 보게 되는 드라마가 바로 프렌즈입니다.

그 시절 뉴욕 감성도 좋지만,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계속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는 캐릭터 조합이 정말 기가 막히다는 점입니다. 여섯 명이 다 살아 있습니다. 결벽증 심한 모니카, 엉뚱하고 자기 세계 확실한 피비, 철없어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레이첼, 이런 캐릭터들 중에 꼭 한 명쯤은 내 성격이랑 닮아 있거나, 실제 내 친구 중에 있을 법합니다. 누가 주인공이다 싶지 않게 여섯 명이 고르게 튀고, 그 케미가 계속 유지되니까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저 무리 안에 끼어 있는 기분이 듭니다.

두 번째는 친구가 가족이 되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프렌즈를 관통하는 정서는 결국 "내가 선택한 가족"입니다. 혈연이 아니어도, 함께 밥 먹고 고민 털어놓고 힘든 날을 버텨주면 그게 가족이라는 메시지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가족'이 되어준 친구들 (The Family You Choose) 이 슬로건으로 다 설명됩니다.

살기 빡빡한 NYC에서 취업 안 풀릴 때, 연애 망했을 때, 월세 걱정할 때마다 그 좁은 아파트랑 카페에 모여 앉아 서로를 붙잡아 주는 모습이 참 따뜻합니다. 이게 말로 설명하면 뻔할 수 있는데, 프렌즈는 웃기면서도 그 외로움을 정확히 건드려 줍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도 결혼한 사람도 다 공감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시트콤으로서 너무 깔끔하다는 점입니다. 대사가 군더더기 없습니다. 챈들러의 비꼬는 농담, 조이의 단순한 매력, 이런 것들이 부담 없이 웃음을 줍니다. 20분만 보면 되니까 머리 복잡할 필요도 없고, 한 편 끝나면 기분이 좀 나아집니다. 게다가 레이첼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 말로 하면 뉴트로 감성이라 젊은 사람들도 새 드라마 보듯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프렌즈는 특별한 설정이 있어서 성공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냥 사람 이야기, 친구 이야기, 일상 이야기인데 그걸 정말 잘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화면 속 여섯 명을 보면 괜히 마음이 풀어집니다.

지금 다시 봐도 놀라운 건 제작진의 감각입니다. 30년 전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리듬이 빠르고 농담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헤어스타일과 패션은 그 자체로 타임캡슐입니다. 당시 유행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요즘 다시 돌아온 요소들도 많아서 오히려 앞서간 느낌까지 듭니다. 여주인공 세 명의 스타일은 지금 봐도 촌스럽다는 말이 잘 안 나옵니다.

그 중심에는 Rachel Green이 있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턴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금발과 미소만으로 끝나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커리어에는 똑 부러졌고 관계에서는 서툴지만 솔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았고, 결국 Jennifer Aniston은 아메리칸 스윗하트라는 별명까지 얻게 됩니다.

프렌즈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통했던 이유도 분명합니다. 이 드라마는 미국인이 아니면 웃기 어려운 내부자 농담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대신 연애, 우정, 직장, 집세 같은 누구나 겪는 상황을 코미디의 중심에 둡니다. 그러면서도 뉴욕의 분위기와 당시 미국의 유행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습니다. 덕분에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프랜즈 보면서 미국 영어회화를 배웠다는 사람도 많이 나왔지요.

프렌즈와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 시트콤이 Seinfeld입니다. Seinfeld도 엄청난 성공을 했고 미국식 유머의 정수로 평가받지만, 그만큼 맥락 의존도가 높아 해외에서는 프렌즈만큼의 폭발력은 없었습니다. Will & Grace 역시 시즌을 길게 이어갈 정도로 인기였지만, 브로드웨이와 미국 서브컬처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웃음 포인트가 캐치되는 시트콤 이었습니다.

프렌즈의 전성기를 90년대 미국의 분위기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장기 호황 속에서 개인주의와 자유로운 연애관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아들었습니다. 결혼보다 동거가 자연스럽고, 아이가 있어도 관계의 형태는 유연했습니다. 이후 사회 분위기가 바뀌며 전성기가 끝났다는 해석도 있고, 오히려 불안한 시기에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콘텐츠였기에 더 오래 사랑받았다는 의견도 공존합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사실은 하나입니다. 프렌즈는 특정 세대의 추억을 넘어, 지금도 처음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Chandler Bing을 연기했던 Matthew Perry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안타까웠 습니다. 화면 속 챈들러는 늘 똑똑한 미국식 농담을 던지고, 어색한 순간을 센스있는 웃음으로 넘기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극 중에서는 힘든 이야기를 웃음으로 감싸던 그 표정이 아직도 또렷한데, 이제 더는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네요.

그래도 아직 TV 화면에서 끝없는 재방으로 뉴욕의 카페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떨던 여섯 친구는 여전히 살아 움직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보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 드라마가 왜 전설이 되었는지 그때마다 이해하게 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