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쿡 카운티에서 아이 키우며 살다 보면 사람마다 나이는 같은데 느낌은 왜 이렇게 다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 오십이 넘어도 여전히 경쟁과 성공 이야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나이 서른도 안되었는데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여유롭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개념이 바로 젊은 영혼과 늙은 영혼 이야기였습니다.
이 개념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이 마이클 티칭스의 영혼의 단계(Age) 이론입니다.
여기서는 영혼의 발달 단계를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과학이라기보다는 철학이나 자기 성찰 도구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보면 됩니다.
먼저 영아 영혼은 말 그대로 생존이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세상이 낯설고 두려워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을 찾으려 합니다. 아기 영혼 단계는 규칙과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종교나 전통, 도덕 같은 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공동체 중심적인 삶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많이 보는 유형이 바로 젊은 영혼입니다. 이 단계의 특징은 성취와 경쟁입니다. 돈, 성공, 지위, 인정. 이런 것들이 삶의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사실 미국 사회 분위기 자체가 이 에너지와 잘 맞습니다. 좋은 집, 좋은 직장, 좋은 학군. 쿡 카운티에서도 학군 이야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확 달아오르잖아요. 솔직히 저도 아이 학교 알아볼 때는 완전 젊은 영혼 모드였습니다.
그 다음 단계가 성숙한 영혼입니다. 이 단계부터는 내면과 관계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사람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공감 능력도 높아집니다. 대신 고민도 많고 감정 기복도 있는 편입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이 늙은 영혼입니다. 이 단계는 한마디로 초연합니다. 남과 비교하는 것도 별 의미 없고, 사회적 성공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합니다. 물건보다 경험, 경쟁보다 균형. 주변에서 보면 욕심이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자기 기준이 분명한 사람들입니다.

이 개념이 재미있는 이유는 우리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PTA 모임에 가 보면 누가 젊은 영혼인지 바로 보입니다. 집값, 학군, SAT 점수 이야기로 분위기를 끌고 가는 분들. 반면 어떤 분들은 아이가 행복하면 됐지, 스트레스 주지 말자고 합니다. 그분들은 약간 늙은 영혼 느낌입니다.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 성적 이야기 나오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걸 보면 아직 젊은 영혼 기질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면, 요즘은 우리 가족이 편안하면 그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개념은 힌두교나 불교의 윤회 사상과도 비슷합니다. 영혼이 여러 생을 거치며 성장한다는 이야기죠. 뉴에이지 쪽에서도 영혼의 나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은 아닙니다.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습니다.
왜 저렇게 욕심이 많을까, 왜 저렇게 예민할까. 그럴 때 이 개념을 떠올리면 조금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 저 사람은 지금 젊은 영혼 단계구나. 혹은 저 사람은 성숙한 영혼이라 감정이 깊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판단 대신 이해가 먼저 나옵니다.
쿡 카운티 겨울은 길고 사람 마음도 자꾸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시간에는 남을 평가하기보다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단계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아마 늙은 영혼의 기준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이런 것 아닐까요.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 불안보다 평안을 선택하는 태도. 그리고 경쟁보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
마흔이 되니 이제 조금 알겠습니다. 성공보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요.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지금도 계속, 자기 영혼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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