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모니카 공원, 바다부터 절벽 위 산책로까지 - Santa Monica - 1

산타모니카에서 살다 보면 여기는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로 삶의 질이 갈리는 도시라는 걸 알게됩니다.

저는 이곳에 살면서, 한국에서 생각하던 '여유'라는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쉬는 날이면 어디 갈지 고민했다면, 여기서는 그냥 집 밖으로 나가면 바로 쉼이 시작됩니다.

산타모니카는 도시 면적 대비 공원과 녹지 비율이 꽤 높은 편입니다. 단순히 공원이 많다는 수준이 아니라, 생활 동선 안에 자연이 들어와 있는 구조입니다.

태평양 해변 자체가 이미 거대한 자연 공간이고, 그 위에 도시가 얹혀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사계절 내내 야외 활동이 일상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Palisades Park 는 정말 상징 같은 공간입니다. 오션 애비뉴를 따라 절벽 위에 길게 이어진 공원인데, 처음 가면 솔직히 좀 놀랍니다.

"이게 공원이야?" 싶은 풍경이 나옵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산책로가 쭉 이어지고, 벤치에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침에는 러닝하는 사람들, 낮에는 요가하는 사람들, 저녁에는 일몰 보러 나온 커플들까지 하루가 그대로 보이는 공간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관광객처럼 갔다가, 지금은 그냥 동네 산책 코스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풍경이 항상 그대로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산불입니다. 특히 산타모니카 북쪽, Pacific Palisades 쪽이나 산악 지대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면, 바람 타고 연기가 내려옵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이 좀 묘합니다. 평소에는 바다 보면서 여유롭게 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공기 질이 나빠지고 창문 닫고 살아야 합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 들리고, 뉴스에서는 대피 이야기 나오고... 같은 도시인데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특히 산불 피해 지역 이야기 들으면  동네 단위로 피해가 나는 경우도 있고, 몇 년 동안 쌓아온 생활 기반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고 살게 됩니다.

산타모니카 공원, 바다부터 절벽 위 산책로까지 - Santa Monica - 2

해변 쪽으로 내려가면 Santa Monica State Beach 가 이어집니다. 여기는 말 그대로 "야외 운동장"입니다.

서핑하는 사람, 비치발리볼 하는 사람, 그냥 걷는 사람까지 다 섞여 있습니다.

특히 해변 따라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꽤 길게 이어지는데, 베니스 비치까지 쭉 달리는 코스는 한 번 해보면 왜 사람들이 이 도시를 좋아하는지 바로 이해됩니다.

저는 주말에 자전거 타면서 머리 정리하는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오면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Virginia Avenue Park 같은 곳은 완전히 주민용 공원입니다.

아이들 뛰어놀고, 부모들은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프로그램 돌아가고...

한국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가 확장된 느낌인데, 규모나 시설은 훨씬 큽니다. 이런 공간이 동네마다 있다는 게 꽤 크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곳은 Reed Park 입니다. 여기 가면 체스 두는 어르신들이 항상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그 풍경 자체가 이 도시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급하게 사는 느낌이 아니라, 시간을 쓰는 방식 자체가 다른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족 단위로 많이 가는 Clover Park 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피크닉 하기 좋고, 예전에는 근처 공항 때문에 비행기 가까이서 보는 재미도 있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주말 되면 돗자리 깔고 하루 보내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보면 특별한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일상 거리"에 있다는 점입니다. 차 타고 멀리 가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이런 공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굳이 계획하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살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산타모니카는 돈이 많이 드는 도시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단순히 집값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런 생활 환경을 유지하는 데 들어간다는 것도 같이 보입니다.

결국 이 도시의 장점은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꿔준다는 데 있습니다. 집 안에서 쉬는 게 아니라, 밖에서 회복하는 삶. 이게 익숙해지면 다른 도시로 가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용만 보다가, 지금은 왜 사람들이 이곳에 계속 남는지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