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살다 보면 핸드백속에 립밤같은 화장품 , 지갑, 아이폰, 블루투스 이어폰... 여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충전 케이블이죠.

예전에는 아이폰용 라이트닝 케이블이었는데, 요즘은 온 세상이 USB-C 타입으로 바뀌고 있잖아요.

노트북, 태블릿, 심지어 보조배터리까지 C 타입 하나로 통일되니 세상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맥주 한잔하다 이 USB-C 이야기가 안주로 자주 올라와요.

"야, 이거 분명 앞뒤 똑같다며? 근데 왜 뒤집어 꽂으면 더 잘 되는 느낌이냐?" 하는 식이죠.

저도 그런 적 많거든요. 처음 꽂았을 땐 반응이 없다가, 에잇 하고 뒤집어서 다시 꽂으면 그제야 띠링 소리가 나면서 충전이 시작돼요. 그럼 속으로 "아, 역시 이쪽 면이 잘 받는 면인가 보네"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버립니다.

사실 이쯤에서 팩트 체크를 좀 해보자면, USB-C 타입은 설계상 앞뒤 성능 차이가 전혀 없어요.

내부 핀 배열이 대칭형이라 어느 방향으로 꽂아도 충전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똑같아야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뒤집어야 잘 된다고 느낄까요?

이게 다 우리의 조급함 때문입니다. 포트 안에 미세한 먼지가 껴 있거나, 케이블이 끝까지 안 들어간 상태에서 접촉이 미묘하게 어긋났을 가능성이 커요. 안 돼서 다시 꽂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힘을 더 주거나 각도를 똑바로 잡게 되거든요. 그때 비로소 '제대로' 결합이 되는 건데, 우리 뇌는 하필 방향을 바꿨을 때 성공했으니까 "방향이 문제였어!"라고 오해를 하는 거죠.

특히 출근길 7번 전철 안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 급하게 보조배터리 연결할 때 이런 현상이 극에 달합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대충 꽂다 보면 반쯤만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충전이 안 돼서 뒤집어 꽂을 때야 비로소 꽉 밀어 넣게 되니, 방향 탓을 하게 되는 거예요.

게다가 요즘은 애플이 유럽 연합(EU)한테 호되게 두들겨 맞고 독자 규격이던 라이트닝을 포기하면서 USB-C로 넘어왔잖아요.

고집 부리던 시절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지만, 이 얇은 케이블 하나가 충전뿐만 아니라 초고속 데이터 전송까지 동시에 해내야 하다 보니 접촉 불량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면도 있어요. 어떤 케이블은 전력만 보내고 데이터는 못 보내는 불량품도 섞여 있어서 더 헷갈리게 만들기도 하고요.

USB-C가 분명 세상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완벽한 무결점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어두컴컴한 방에서 방향 맞추겠다고 케이블 돌려가며 고생하던 예전보단 백번 낫죠.

요즘은 충전이 안 되면 방향부터 의심하기보다, 일단 숨 한 번 고르고 끝까지 꾹 눌러 꽂아봅니다.

바쁜 도시 생활일수록 USB-C 하나 꽂는 일에도 괜히 성급하게 굴면 나만 손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