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학교, 그러니까 NYU는 내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바빴던 시절의 배경이에요.

그 시절을 떠올리면 늘 보라색 NYU 로고가 붙은 토트백,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분수, 그리고 끝없는 과제와 에너지 드링크가 함께 떠올라요. 저는 NYU에서 공부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처음으로 실감했거든요.

보통 대학은 큰 캠퍼스가 있고, 그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잖아요. 그런데 NYU는 완전히 달라요. 강의실이 소호 근처에도 있고, 기숙사 바로 옆이 카페나 상점이에요. 수업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 사는 건 기본이고, 브로드웨이 공연 포스터나 거리의 재즈 음악이 그냥 일상 풍경이죠.

NYU의 수업은 정말 치열했어요. 교수님들이 주는 리딩 자료는 늘 두꺼웠고, 토론 수업에서는 눈치 볼 틈도 없이 의견을 말해야 했죠. 영어로 말하는 것도 처음엔 두려웠지만, 누가 틀렸다고 비웃는 사람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건 흥미로운 관점이야"라며 대화를 이어가 주는 분위기였죠.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내 생각을 말로 정리하는 힘이 생겼어요. 그게 나중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건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성인'으로 대해준다는 점이에요. 출석보다 참여를 중시하고, 암기보다 스스로 찾아서 배우는 태도를 강조했어요.

한 번은 에세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던 날,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네가 진짜 궁금한 걸 써봐." 그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날 이후로 공부가 조금은 덜 버겁게 느껴졌거든요.


물론, NYU 생활이 항상 멋진 건 아니었어요. 등록금은 비싸고, 렌트비는 더 비쌌어요.

맨해튼 중심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건 늘 '돈'과의 전쟁이었죠.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중고 책을 사고팔고, 도시락을 싸다니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시간들이 내게 더 강한 책임감을 심어줬어요. '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부터 단단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NYU에서의 생활은 사람을 넓게 만들었어요. 친구들은 전 세계에서 왔고, 서로 다른 배경과 억양,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강의실에 모여 있었어요.

어느 날은 런던에서 온 친구가 "너희 한국인은 공부 열심히 하는 게 멋있어"라고 했고, 또 다른 날엔 인도에서 온 친구가 "너희는 시간 약속을 꼭 지켜서 신기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어떤 나라 사람인지, 어떤 문화 속에서 자라왔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졸업식 날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모인 보라색 학사복 행렬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음악이 울리고, 뉴욕의 하늘 아래 모인 수천 명의 졸업생들이 서로의 꿈을 축하하던 그 순간, "아, 정말 끝났구나" 하는 벅찬 감정이 밀려왔죠.

NYU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었어요. 나를 세상으로 던져주고, 동시에 버티는 법을 가르쳐준 곳이었죠.

그리고 그곳에서 배운 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사는 법'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누가 "너 NYU 어땠어?"라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해요. "힘들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또 그 길을 선택할 거야."

뉴욕 한가운데에서 배운 젊은 날의 열정과 노력했던 나나들의 기억은 평생 내 안에서 꺼지지 않을 불씨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