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즈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단연 유니스피어(Unisphere)를 말합니다.

이 거대한 스테인리스 지구본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퀸즈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담고 있는 상징 같은 존재라고 할수 있죠.

맨해튼이 자유의 여신상으로 유명하다면, 퀸즈는 유니스피어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죠. 실제로 퀸즈 주민들에게는 "우리 동네의 얼굴" 같은 존재고, 여행자들에게는 사진을 남기지 않고는 떠날 수 없는 명소입니다.

유니스피어의 탄생은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1964–65 World's Fair)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주제는 "인류의 진보를 위한 평화"였고, 이를 상징하기 위해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을 세우게 된 거예요. 높이만 약 43미터, 무게는 400톤이 넘는데, 그 크기를 실제로 마주하면 압도감을 느낍니다. 게다가 단순히 지구본 모양만 있는 게 아니라 위도와 경도를 따라 여러 개의 링이 감싸고 있는데, 이는 인류의 교류와 우주 시대를 향한 비전을 상징한다고 해요.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이 지구본은 철거되지 않고 퀸즈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파크 한복판에 그대로 남게 되었고, 지금은 퀸즈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니스피어가 더욱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영화 덕분입니다. 특히 1997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맨 인 블랙(Men in Black)〉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했죠.

영화 속에서 거대한 UFO가 유니스피어와 충돌하며 폭발하는 장면은 당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뉴욕 곳곳이 영화 배경으로 자주 쓰이긴 하지만, 퀸즈의 유니스피어가 이 정도로 스펙터클한 방식으로 등장한 건 흔치 않은 일이었죠.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들 중에는 "맨 인 블랙에 나온 그곳"을 보러 일부러 퀸즈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광고 등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면서 유니스피어는 단순한 공원 조형물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니스피어를 중심으로 넓은 분수대가 둘러싸고 있는데, 여름이면 이곳은 아이들과 가족들의 천국이 됩니다.

물줄기가 사방으로 솟구치는 가운데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들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히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활기찬 풍경이 매일 펼쳐집니다. 덕분에 퀸즈 사람들에게 유니스피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여름방학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기도 해요.

공원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유니스피어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주말이면 야외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고, 지역 축제나 퍼레이드가 펼쳐지기도 하죠. 국적이 다양한 퀸즈 주민들이 각자의 전통 음식을 나누고 춤과 음악을 선보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세계박람회를 보는 듯합니다. 유니스피어가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사람들을 모으는 무대가 되는 셈이죠.

많은 뉴욕 관광객들에게 퀸즈는 잠깐 지나치는 곳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 유니스피어는 늘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예요. 데이트 코스로, 가족 소풍 장소로, 조깅 코스로, 그리고 영화 팬들에게는 성지순례 장소로 사랑받고 있죠.

"퀸즈에 산다"라고 말하면, 외지 사람들은 종종 "아, 유니스피어 있는 곳!" 하고 반응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 조형물은 퀸즈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 셈입니다.

뉴욕이 자랑하는 수많은 명소들 속에서 유니스피어는 화려함보다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빛납니다. 세계박람회의 유산이자 영화 속 스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추억이 쌓이는 공간.

퀸즈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꼭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파크에 들러 유니스피어 앞에 서 보세요.

사진 한 장 찍는 순간,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뉴욕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