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나 OC 사는 한국 사람에게 "칼라바사스(Calabasas) 어때요?"라고 묻는 순간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LA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름만 아는 사람, 그리고 "아 거기 카다시안 사는 동네 아니냐"며 괜히 아는 척하는 사람.

가까운 듯 멀고, 유명한 듯 생소한 동네. 지도상으론 바로 코앞 같은데 막상 가려면 101 타고 한참 올라가야 하고, 딱히 볼 것도 없는데 좋은 집은 5백만불 우습게 넘게 나오는 그런 곳이다.

여긴 그냥 "아는 사람만 사는 동네". 물론 집값 보면 기가 막힌다. 언덕 위 널찍한 집들, 골프카 몰아도 될 듯한 조용한 거리, "부촌이란 이런 게지" 싶은 비주얼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생동감이 없다. 맨해튼 비치처럼 서핑 타고 맥주 마시는 젊은 부의 기운도 없고, 벨에어처럼 영화 한 장면 나올 법한 상징성도 부족하다.

느낌적으로는 돈 있는 사람들이 "복잡한 세상 잠깐 피신해있자" 하고 들어가 앉은 곳 같다. 요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다들 몰려가 산다" 하는 동네들도 사실 다 사연이 있는데 칼라바사스는 묘하게 그런 이야기조차 없다.

반듯하고 고요하고 깔끔한데, 어느 순간 '여기서 뭐 하고 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누가 "살기 좋아요?" 물으면 대답이 애매하다. 치안 좋고 학교 좋고 공기도 좋다는데, 정작 자주 갈 만한 카페나 흥미로운 상권은 딱히 없는 느낌.

"돈 많은데 시끄러운 거 딱 질색"인 사람들에게는 천국이겠지만 활기 찬 도시 삶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한 별세계다.

대기업 CEO나 연예인, 은퇴한 사업가들이 울타리 짱짱한 커뮤니티 안에서 개 키우며 살 것 같은 분위기.

그러니까 "부촌 맞긴 한데, 화려하게 티 내는 부촌은 아니다" 정도의 결론. 오히려 조용하고 배경음 적은 드라마 느낌이 더 가깝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여기 풍경은 드라마 Weed 생각나게 만든다.

교외의 잔잔한 잔디밭, 나른한 햇빛, 겉보기엔 완벽한 가정들. 다만 그 속속들이 보면 어른들의 사연이 끓고, 표면 아래 욕망·문제·웃픈 현실이 들끓는 설정.

미드 Weed가 샌타클래리타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런 교외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칼라바사스도 떠오르게 만든다.

조용하고 예쁜데 어딘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 그런 교외 특유의 공기. 결국 이 동네의 매력은 "있어 보이는 정적"이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쇼핑·먹거리·북적임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OC처럼 가족 중심 커뮤니티 분위기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 말리부처럼 바다가 시원하게 깔리는 풍경도 없다. 그냥 산과 울타리 안에 깔끔히 정돈된 집들.

그래서 부촌이긴 부촌인데 '어디서 돈 냄새가 확 나지는 않는', 조용한 금고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은퇴한 부자들이 기지개 켜며 살기엔 최적, 하지만 흔한 한국 아줌마들의 커피모임·장보기 루틴에는 조금 멀다.

쉽게 말해 가까운 듯 먼 동네라는 게 딱 맞다. 가면 좋고 살면 더 좋을지 몰라도 굳이 이사까지 할 이유는 애매한 그런 곳.

돈 많고 시끄러운 거 질색하고 조용히 사는 게 낙이라면? 그때는 칼라바사스가 천국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근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냥 주말에 드라이브나 가서 바람 쐬고 "아 여기 이런 동네구나" 하고 돌아오기 좋은 정도.

멋은 있지만 생활감은 부족하고, 접근은 가능하지만 정붙이긴 먼. 딱 그런 거리감이 있는 곳이 바로 칼라바사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쪽에 갈 일 있다면 Camarillo Premium Outlets 을 꼭 들려보기 바란다. 남가주 사람들이 주말에 자주 들르는 대표 아웃렛이다. 규모가 꽤 크고 브랜드 수가 많아서 하루 날잡고 가도 금방 시간 지나간다.

나이키, 코치, 마이클 코어스, 토리버치, 루루레몬 같은 인기 브랜드부터 일상용 의류·신발 매장도 다양하게 모여 있어 그냥 쇼핑하러 가도 재미있다. 매장만 대략 150~160개쯤 된다고 보면 된다.

건물 구조도 복잡하지 않고 야외형이라 날씨 좋은 날 돌아다니기 괜찮은데, 여름엔 햇빛이 쎄서 모자나 물 챙기면 편하다.

음식도 먹을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배고프면 푸드코트나 체인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다시 쇼핑 이어가면 된다.

주차장은 넓지만 주말 오후에는 제법 붐벼서 조금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캘리포니아 살면 한 번쯤 들러보는 정석 아웃렛" 같은 느낌이고 할인 시즌 잘 맞추면 좋은 물건 구입할 확률이 좋은 아웃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