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가 가장 멋있다고 믿었던 인생 철학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케세라세라.

될 대로 되라지. 인생 뭐 있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 자연스러운 거지. 그렇게 쿨한 척하며 살았죠.

그런데 마흔이 딱 되어서 뒤를 돌아보니까요. 소름 돋게도 정말 아무것도 안 돼 있더라고요.

될 대로 되라 하고 살았더니, 진짜 안 될 대로 돼버린 겁니다.

요즘 유튜브나 블로그만 켜면 성공한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라, 이 책 한 권이면 인생이 바뀐다, 4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방법.

저도 그런 영상 보면서 고개 끄덕였어요. 맞아, 마인드셋이 중요하지. 와, 나도 할 수 있겠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었다는 겁니다. 영상 하나 보고 나면 마치 내가 이미 그 성공을 이룬 것 같은 기분에 취해요.

가짜 도파민이죠. 그리고 오늘도 나를 위해 공부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들어요.

그런데 통장 잔고, 커리어, 건강은 작년이랑 거의 똑같거나 오히려 후퇴.

시간은 흘려보냈는데 뇌는 열심히 살았다고 착각하는, 최악의 자기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던 거죠.

어스틴은 실리콘 힐스라 불릴 만큼 주변엔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다들 열심히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멈춘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자기계발 콘텐츠를 소비했는데, 사실 저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정보의 홍수 속에 잠수하고 있었던 거예요.

진짜 내 강점은 뭔가, 5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인가, 지금 이 영상이 내 기술을 하나라도 키워주나.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머리가 아파야 하는데, 저는 남이 떠먹여 주는 성공 이야기 속에서 언젠가 되겠지 하며 정신줄을 좀 놓고 있었던 거죠.

제가 좋아하는 어스틴의 바비큐 집이 하나 있어요. 새벽부터 줄을 서야 먹습니다. 그 집 주인은 그냥 고기 굽다 보니 유명해졌다고 말하지 않아요. 온도 1도, 나무 한 조각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죠. 인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말은 사실 최선을 다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여유였는데, 저는 그 앞부분은 싹 빼먹고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유튜브랑 잠시 거리 두고, 남의 성공 서사 대신 나의 투박한 기록을 시작하기로요.

긴 글 하나 쓰든, 오늘 배운 영어 문장 하나를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든, 입력이 아니라 출력하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혹시 요즘 나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종이 한 장 꺼내 보세요. 그리고 적어보세요. 오늘 내가 내 의지로 결정하고 실행한 건 무엇인가. 하나도 안 적힌다면, 당신도 저처럼 될 대로 돼라 병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아직 우리 인생도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오늘, 당신의 생각은 안녕하신가요. 멍하니 살기 오늘부로 같이 끝내보는것은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