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틴에 살다 보면 날고 기는 학벌 가진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테크 회사 다니는 친구들, UT 출신 연구자들,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 다들 돈은 잘 벌는데 이상하게 저축 얘기만 나오면 통장 잔액이 얼마 안되는걸 푸념한다.

그걸 보면서 깨닫는 건... 보기에 똑똑하다고 해서 돈까지 똑똑하게 모으는 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머리가 빠른 사람일수록 돈 모으는 데 더 취약하다. 이유는 간단한 절약 부족이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나는 잘 안다"는 과한 자신감이다. 이런 사람들은 금융 상품을 봐도 "저건 수익률이 애매하네", "저건 홍보가 과하네", "이미 유명한 건 늦었지" 같은 판단을 빠르게 내린다.

이런 사람들 보면 금융정보를 모르는게 아니고 오히려 아는 만큼 의심을 더 한다.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채 "언젠가 제대로 투자하자"는 말만 하다가 몇 년을 흘려보낸다.

두 번째 문제는 합리화다. 월급이 괜찮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에게 주는 보상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비싼 휴가, 주말마다 브런치, 애인과의 신나는 여행, 신상 노트북... 다 괜찮다. 심지어 이런 지출은 죄책감도 없다. 왜냐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잖아"라는 생각이 지갑을 지켜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출은 현실적이고 저축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세 번째 문제는 '큰 그림만 보는 습관'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장기 전략을 잘 세운다. 그래서 5년 뒤 자산, 10년 뒤 재정 목표 같은 건 멋지게 계산해 놓는다. 그런데 정작 매달 200달러, 300달러씩 꾸준히 저축하는 기본 실행은 약하다. 계획은 화려한데, 오늘 당장 해야 할 소소한 행동은 놓치는 것이다.

결국 돈을 잘 모으는 사람은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작고 단순한 행동을 꾸준히 반복하는 사람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일수록 모든 선택을 분석하려 들고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린다. 그래서 위험해 보이면 안 하고, 수익이 낮아 보이면 무시하고, 이미 유명해지면 늦었다고 판단한다. 결국 시작도 못 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

또 스스로 능력 있다는 확신이 강해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적다. "이 정도는 나한테 투자지"라는 생각이 지출을 합리화한다. 게다가 이들은 큰 계획은 잘 세우지만 작은 실천에 약하다. 10년 후 자산 목표는 멋지게 말해도, 오늘 당장 200달러 자동이체를 걸어두는 실행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돈은 지식이 아니라 꾸준함에 모인다.

요즘같이 텍사스 물가도 계속 오르지만, 오늘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바로 자동 이체 걸어두는 게, 수백 페이지 재테크 책 읽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