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살면서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아무래도 레이디 버드 호수(Lady Bird Lake)입니다.

강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 호수가 사실은 콜로라도 강을 막아 만든 인공 저수지랍니다.

1960년에 롱혼 댐(Longhorn Dam)이 생기면서 만들어졌고, 원래 이름은 타운 레이크(Town Lake)였대요.

린든 B. 존슨 대통령 전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의 이름을 따라서 2007년에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죠.

레이디 버드 호수 물 깨끗해 보인다고 덥다고 그냥 풍덩 들어가면 큰일 나는 곳이에요.

여기 수영 금지라서 걸리면 최대 500달러 벌금이 나올 정도로 엄격해요.

"아니 이렇게 예쁘고 잔잔한데 왜 수영을 못 해?" 하고 궁금해하는데, 이유를 들여다보면 나름 납득돼요.

일단 이 호수가 콜로라도 강을 막아서 만든 인공 저수지라서 콘크리트 잔해, 나무, 금속 같은 게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물살도 바깥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해요. 그래서 사고가 나면 구조하기 어렵고, 예전에는 익사 사고도 실제로 있었어요. 이래저래 위험하니 그냥 수영 금지를 확실히 해둔 거죠.

여하튼 여기 주변에는 그 유명한 앤 & 로이 버틀러 하이크 & 바이크 트레일(Ann and Roy Butler Hike-and-Bike Trail)이 쫙~ 이어져 있어요. 길이가 무려 10마일(약 16km)! 유모차 끌고 걷는 엄마들, 조깅하는 대학생들, 자전거 타는 아저씨들... 하루 종일 사람들로 가득해요. 저도 애들 학교 보내고 한 바퀴 돌고 오면 땀도 나고 기분이 한결 개운해져요.


수상 활동도 빼놓을 수 없어요. 물이 잔잔해서 카약, 카누, 패들보드(SUP) 타기 정말 좋아요. 대신 모터보트나 제트스키는 금지, 그래서 분위기가 늘 평화로워요.

호수 옆엔 질커 파크(Zilker Park) 있고, 음악 공연 많이 하는 오디토리움 쇼어스(Auditorium Shores)도 가깝고, 여름이면 콩그레스 애비뉴 다리(Congress Avenue Bridge)에서 박쥐가 떼로 날아오르는 구경까지! 진짜 오스틴스러운 풍경이 한 장면에 다 있어요.

봄 되면 호숫가에 야생화가 피고 새도 많이 날아오는데,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자연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 호수는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오스틴 사람들의 휴식처예요. 누구는 숲길 따라 뛰고, 누구는 잔디밭에 누워 책 읽고, 어떤 날은 음악 들으면서 강바람 맞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레이디 버드 호수는 보는 맛·걷는 맛·카약 타는 맛은 있는데 수영 맛은 없다는 거예요.

카약이나 패들보드처럼 비동력 수상 레저는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산책로 돌면서 바람 맞는 건 진짜 최고지만, 수영은 딱 끊고 생각하면 맘이 편해요. 가족끼리 나오면 아이들 "엄마 나 물에 들어갈래!" 할 때 한 번 더 조심시키면 좋고요.

강이면서 호수이고, 자연 같으면서 사람이 만든 공간. 과거도 품고, 현재를 쉬게 해주고, 미래를 담은 곳. 그래서 오스틴 사는 우리에게 레이디 버드 호수는 그냥 '물'이 아니라 삶을 적셔주는 여유 그 자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