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2016), 하나를 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은 사라진다  - Los Angeles - 1

미국에서 영화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La La Land 얘기할 때 이 영화는 단순한 젊은이들의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도 처음엔 뮤지컬 영화겠거니 하고 봤다가, 보고 나서 한참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는 사실 이야기보다 도시를 찍은 방식이 훨씬 집요합니다.

데이미언 차젤 감독은 LA를 배경으로 쓴 게 아니라, LA라는 도시 자체를 캐릭터로 끌어올린 사람입니다.

세바스찬, 그리고 미아. 이 둘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들이 사랑한 건 서로가 아니라 "가능성"이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게 LA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꿈을 사랑하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달달한 연애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끝날수록 씁쓸해집니다.

이 영화에서 장소는 그냥 배경이 아닙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그 장면은 이미 전설이 됐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저렇게 안 움직이는 두 사람이, 거기서는 중력을 벗어나 춤을 춥니다. 이건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꿈이 현실을 압도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게 LA라는 도시의 본질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도시입니다.

오프닝에서 로스앤젤레스 110번 프리웨이 위에서 갑자기 춤추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LA 살아본 사람은 압니다. 저 도로 위에서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짜증, 피로, 무기력. 그런데 영화는 그걸 음악으로 바꿔버립니다.

현실을 환상으로 덮는 게 아니라, 현실 위에 환상을 얹습니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라라랜드(2016), 하나를 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은 사라진다  - Los Angeles - 2

에코 파크 호수, 엔젤스 플라이트 같은 장소들도 그냥 "예쁜 곳"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감정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쓰입니다.

특히 엔젤스 플라이트 장면은 짧지만 강렬합니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 움직임 자체가 두 사람의 관계를 그대로 압축해 놓은 느낌입니다.

음악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저스틴 허위츠가 만든 'City of Stars'는 그냥 OST가 아닙니다.

영화 전체의 정서를 설명하는 하나의 문장 같은 곡입니다. 듣다 보면 희망인지 체념인지 헷갈리는 감정이 계속 남습니다. 이 영화가 주는 감정이 정확히 그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10분. 이건 솔직히 영화광 입장에서 "반칙"입니다. 평행우주처럼 펼쳐지는 상상 시퀀스는 관객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만약 이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질문 하나로 관객을 끝까지 끌고 갑니다.

그런데 더 잔인한 건, 결국 현실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꿈은 이루어졌지만, 함께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잘 만든 겁니다. 해피엔딩이 아닌데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흔히 얻는 것을 성공이라 부르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택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배제를 동반합니다. 하나를 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성취 이후에도 마음 한쪽이 비어 있는 느낌이 남습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선택의 대가를 인식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처럼 가능성이 넘치는 공간에서는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라라랜드가 남기는 감정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질문에 가깝습니다.

제가 그리피스 천문대 올라가서 야경 보면 괜히 기분 이상해지는 이유.... 생각해 보니까 어쩌면 이 영화때문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