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A 한인 사회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자면 "나만 아니면 돼" 정신이 아주 잘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게 일반인들간의 문제를 넘어서, LA 다운타운, 한인타운 쪽 공무원들한테까지 번져 있는 것 같아 기가 막힌다.

미국이라면 갈수록 좀 좋은 방향으로 달라져야 할 텐데, 오히려 여기서는 "월급만 받아가고 문제는 남에게 떠넘기기"가 세련된 생존전략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한인타운 관련 민원, 지역 개발, 홈리스 문제, 도로 관리 같은 이슈들이 산더미인데, 정작 해당 관청이나 커뮤니티 기관 직원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내 업무 아니다", "예산 없다", "담당부서에 문의하세요." 이 세 문장만 반복하면 하루가 끝나는 구조다.

넘치는 길거리 쓰레기와 거리 안전 문제 제기해도, 동네 렌트비 폭등 얘기를 해도, 그들은 딱 하나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자기들 월급. 그리고 나중에 퇴직하면 받을 연금.

실제로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인타운에서 뭔가 바꾸고 싶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회의만 잔뜩 열고, 공청회만 열고, 보고서만 만들고, 정작 결과는 없다. 왜냐? 책임이 생기면 일이 생기니까.

일을 만들면 누군가 불만을 말하고, 민원이 늘어나고, 정치적 책임이 생긴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는 사람을 바보 만들고, 조용히 가만히 있는 사람이 가장 오래 버티는 문화가 퍼져 버린 거다.

더 웃긴 건 이런 구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다. "나는 규정대로 일한다", "예산 범위 내에서 처리했다", "우리는 커뮤니티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말은 누구보다 잘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 해결 안 되고, 렌트비는 더 오르고, 작은 비즈니스들은 어려워지고, 한인 노인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는데, 정작 공무원들은 "우리는 필요한 절차를 지켰다"며 자기들만 만족해 한다.

이게 사실 한국에서 흔히 봤던 관료주의다. "내 책임은 아니고, 나는 규정대로 했고, 뭐가 문제냐?"

이게 왜 미국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느냐. 간단하다. 한인타운은 적당히 좁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감시가 약하고, 주민들은 바쁘고, 영어가 약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 그냥 시간만 보내도 누구도 엄격히 따지지 않는다.

내가 볼때 그들은 굳이 변화나 혁신을 원하지 않는다. 누가 시끄럽게 떠들면, 그냥 시간 끌다가 조용해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

정작 커뮤니티를 살리는 건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식당 열고, 세탁소 하고, 변호사 사무실 운영하고, 병원 운영하고, 아이 키워가며 사는 일반 한인 주민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는 커뮤니티 회의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시의회 같은곳 공청회 가보면 참석자 중 절반은 이름만 남은 단체 사람들과 대표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인사하고 사진 찍고 헤어지고 끝이다. 주민은 그 회의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여주기식으로만 돌아가는 구조에서 "변화"가 나오겠냐는 거다.

결국 이 문제의 뿌리는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내 자리, 내 돈, 내 안전만 챙기면 돼." 공무원들은 자기 월급과 연금만 지키면 된다. 그동안 무슨 일을 안 해도, 주민이 고생해도, 동네가 망가져도, 그들은 지켜야 할 건 하나뿐이다. 자기 자리가 계속 유지되는 것. 그래서 변화는 위험이고, 책임은 적이고, 민원은 귀찮은 일일 뿐이다.

한인 사회가 진짜 발전하려면,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 "우리 동네니까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주민도 가져야 하고, 공무원도 가져야 한다.

세금으로 월급 받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지역 주민한테 설명하고, 움직이고, 결정해야 한다. 이민 와서까지 한국식 관료주의를 재현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한인타운은 더 커질 수도 있고, 더 망가질 수도 있는 갈림길에 있다.

그 갈림길에서 공무원들이 계속 "나만 무사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망가지는 건 동네이지 그 사람들이 아니다.

결국 이 싸움은 한인타운에 살고있는 우리가 깨어나서 공무원들을 다그쳐야 끝나게 될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