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시작해 미국을 장악한 순두부, BCD 이야기 - Los Angeles - 1

순두부찌개는 누구나 한 번쯤 집에서 키트로 파는거 사다가 한번 만들어본다.

재료도 단순하고 조리법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 보면 식당에서 먹던 그 맛이 절대 안 나온다.

순두부찌개는 재료가 아니라 "감칠맛 구조"로 완성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순두부 자체는 굉장히 담백하다. 거의 맛이 없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국물 전체를 잡아줄 베이스가 없으면 무조건 밍밍해진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이 육수, 고추기름, 그리고 감칠맛이다.

이 원리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바로 LA에서 시작된 북창동 순두부, BCD Tofu House다.

이 집은 단순히 순두부를 파는 식당이 아니라, 이 감칠맛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현해낸 곳이다.

이야기는 1996년 지금은 작고하신 이희숙 대표가 LA 코리아타운 버몬트 길에 1호점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한식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다.

미국인들에게 김치조차 낯설던 시절에 순두부찌개 하나로 승부를 건 선택은 꽤 과감했다.

이희숙 대표 시어머니가 서울 북창동에서 운영하던 순두부집 이름을 따서 BCD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국의 동네 이름 하나가 미국에서 브랜드가 된 셈이다.

이 집이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의 첫번째는 감칠맛의 안정성이다.

순두부찌개는 만들 때마다 맛이 흔들리기 쉬운 음식이다.

그런데 BCD는 자체 생산 시설을 통해 순두부와 반찬까지 직접 관리하면서 어느 지점을 가도 비슷한 맛을 유지했다.

두 번째는 경험 설계다. 단순히 찌개 한 그릇이 아니다. 돌솥밥이 같이 나오고,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과정이 있다.

여기에 다양한 반찬이 붙는다. 음식 하나가 아니라 하나의 코스처럼 느껴진다.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다.

세 번째는 운영 방식이다. 24시간 운영. 밤 늦게 일하는 사람, 술 마신 사람, 야근하는 직장인까지 전부 흡수한다.

"언제든 갈 수 있는 식당"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들어온다.

이렇게 쌓인 결과가 지금이다.

미국 전역으로 확장했고, 뉴욕과 댈러스 등 주요 도시에도 자리 잡았다.

2006년에는 세계한상대회에서 성공 사례로 발표됐고, 뉴욕타임스에서 창업주의 부고를 다룰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한국에도 "북창동순두부"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 둘은 완전히 다른 회사다.

한국의 북창동순두부는 (주)디코레가 운영하며 2001년에 시작했다.

방향도 다르다. 미국의 BCD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했다면, 한국 브랜드는 국내 프랜차이즈 확장에 집중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을 늘렸고, 순두부찌개를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같은 이름, 같은 음식이지만 결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한쪽은 미국에서 한식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한쪽은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