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누군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내 얘긴가?" 그랬어요.
이런 말이 한편으론 칭찬 같기도, 또 한편으론 뭔가 무심한 일반화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그 말이 가진 뉘앙스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실제로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는 건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이민 와서 제일 먼저 닥치는 건 '말'이잖아요. 언어 장벽. 그래서 영어가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그 안에서 실전 연습도 하고 싶어요.
백인 커뮤니티가 주류인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접점이 생기기도 하고요.
학교, 직장, 마트, 병원... 다 영어니까요. 살기 위해서, 또 외롭지 않기 위해서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죠.
저는 미국 와서 백인 친구들의 평소 식사 습관, 데이트 문화, 주말 루틴 이런 것들이 처음엔 너무 신기했어요.
반대로 그들도 "김치? 먹을 수 있어?" 이런 질문하며 저를 궁금해 하더라고요.
문화가 다른 만큼 대화 소재도 풍부하고,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친근감으로 발전하기도 해요.
물론 그게 항상 '건강한 호기심'이어야 하겠지만요.
저는 대학에서 동아리를 통해 처음 백인 친구를 사귀었어요. 같이 프로젝트 하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다 보니 어느새 친해져 있었죠.
특히 요즘은 SNS, Meetup, 공통 관심사만 있으면 인종 불문하고 친해지기 정말 쉬워졌어요.
운동, 요리, 독서... 어떤 취미든 연결점이 되더라고요.
제가 사는 곳은 굉장히 다문화적인 지역이에요.
이런 분위기 속에선 '누가 누구랑 더 쉽게 친해진다'기보단, 그냥 서로 어울리기 편한 환경이 조성된 거죠.
특히 언어 교환 모임에서는 정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요. 누구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또 누구는 한국어나 일본어에 관심이 있어서.
언어는 그 자체로 '가까워질 명분'을 만들어줘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언어는 둘째치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걸 느끼게 되죠.
물론 좀 불편한 순간도 있어요.
상대방이 "얘는 이민자니까 도와줘야겠다"라는 식의 접근을 할 때. 그게 진짜 친절이면 감사한 일이지만, 때론 은근히 내려다보거나 이국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쟤는 동양인이니까 순하고 말 잘 듣겠지" 같은 편견도 아직 남아 있고요.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해요. 결국 진정성이 중요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외향적이고 낯선 환경에서도 금방 친구를 사귀고, 어떤 사람은 말 없이 자기 일만 하고 조용히 지내는 걸 선호하죠.
어느 지역에 사느냐, 어떤 직장에 다니느냐,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냐... 이 모든 게 영향을 줘요.
'아시안 여성'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제가 이민자로 살아오면서 느낀 건 이거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관계는 그 사람의 '여정' 중 아주 일부분이라는 것.
지금 백인 친구랑 잘 어울리고 있다면, 그 속엔 수많은 '노력'과 '선택'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는 게 서로를 존중하는 첫걸음 아닐까요?
누군가 쉽게 친구를 사귄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엔 언어 장벽을 깨기 위한 용기, 문화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고민, 또 외로움을 견디며 만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제 사람을 볼 때 이렇게 생각해요. "이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왔을까?"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대화가 훨씬 더 깊어지고, 관계도 훨씬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