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원래 공화당이 노예 해방시켜준 당 아니야? 링컨이 공화당이었잖아?"
맞습니다. 링컨 대통령, 공화당 사람이고, 남북전쟁 후 노예해방을 주도했죠.
그런데 요즘 미국 정치 보세요.
민주당은 진보, 좌파, 소수자 보호, 복지 확대 쪽에 가깝고, 공화당은 보수, 작은 정부, 종교적 가치, 총기 소유권 옹호 쪽에 가까워요.
"그럼 언제 어떻게 뒤바뀐 거야?"라는 궁금증, 꽤나 당연합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보는 정치 지형은 20세기 중반 이후 서서히 형성된 결과물이에요.
그리고 정당의 이름보다 '지지 기반'과 '정책 방향'이 바뀐 것이 핵심입니다.
18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북부 산업 자본가층 + 진보적 이상주의자들 이었죠. 그리고 민주당은 남부 농업 기반 대지주층 + 보수적 노예제 옹호자가 뭉친 구도였어요.
남부는 민주당 천국이었고, 북부는 공화당이 세졌죠. 그땐 민주당이 오히려 '보수'였고, 공화당이 '진보'였던 겁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미국 사회는 인종 문제로 들끓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한 흑인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
이때 민주당 대통령 린든 B. 존슨이 흑인 인권 보호법(민권법)을 밀어붙이면서 상황이 뒤바뀌죠.
남부 백인들: "민주당이 우리를 배신했어!" 북부 진보층: "오, 민주당이 인권을 존중하네?"
이때부터 남부 백인 보수층은 민주당을 떠나서 공화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반면에 흑인과 진보층은 민주당을 지지하게 됐고요.
1960년대 이 과정을 정치학자들은 종종 "Southern Realignment" 혹은 "Party Switch"라고 부릅니다.
링컨 시대 공화당은, 노예제 반대 + 연방 통합 + 진보적 이상주의 성향이 있었지만, 지금의 공화당은 낮은 세금, 작은 정부, 종교 보수, 국경 통제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웁니다.
그 사이에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트루먼의 군통합 명령, 케네디와 존슨의 민권법 추진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민주당을 점점 진보적으로 만든 거예요.
공화당도 1980년대 레이건 시대를 거치면서 보수화가 확고해졌고요.
레이건은 "정부가 문제다(Government is the problem)"라는 말로, 작은 정부 철학을 대중화시켰죠.
결국 지금 우리가 보는 구도는 민주당이 진보적 가치, 사회적 약자 보호, 다양성과 포용 강조 그리고공화당이 전통적 가치, 종교 중심, 자유시장 강조, 개인 책임 중시로 바뀐겁니다.
즉, 정당 이름은 그대로지만 정당이 대표하는 사람들과 정책 방향이 바뀐 것이에요.
그러니까 "공화당이 예전에 노예 해방시켰는데 왜 지금은 흑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냐"는 질문은 겉으로 보면 이상한데, 역사적으로 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라는 거죠.
정치는 정지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 같아요.
사람도 변하고, 세대도 변하고,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도 계속 바뀌죠. 그걸 반영해서 정당들도 끊임없이 재조정되는 거고요.
그러니까 어떤 당이 예전에 어떤 일을 했다는 건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누구를 대변하고, 어떤 가치를 주장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