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아역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아이들이 커서 대스타가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물론 조디 포스터나 나탈리 포트만처럼 예외적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진짜 예외다.
대부분은 우리 기억 속에서 그 귀엽던 꼬마로만 남는다. 왜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역변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변'이란 건 사실 그냥 자연스러운 성장이다.
아역 시절, 통통하고 오동통한 볼살에 똘망똘망한 눈망울은 누가 봐도 귀엽다 소리 듣는다.
근데 이게 성인 되면서 그대로 유지되느냐가 문제인데...
얼굴 길어지고, 콧대는 어중간해지고, 턱선은 사라지면서 대중이 기억한 이미지는 사라진다.
어릴 적 그 얼굴을 기대하고 다시 봤는데, 누구세요? 말이 절로 나오면, 팬들은 조용히 떠난다.
더 잔인한 건, 예전 사진은 인터넷 어딘가에 박제되어 밈처럼 돌아다니고있고, 온갖 댓글이 달린다는 거다.
하지만 외모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근본적인 건 대중에게 이미 각인된 이미지다.
꼬마적 이미지가 강해서 성인이 된 후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쟤는 왜 악역 하냐?", "쟤가 섹시한 역할은 좀..." 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연기 스펙트럼이 문제가 아니라, 대중이 그들의 과거를 놓아주지 않는 거다.
특히 여자 아역 배우들은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정말 힘들다.
귀엽던 꼬마에서 갑자기 치명적인 성인 여성을 연기하려 하면, 불편하다, 거북하다는 반응부터 나온다.
게다가, 어릴 때 스타였던 아이들이 자라면서 성격이 변하는 경우도 많다.
누구보다 빨리 스타덤을 찍었으니, 세상의 모든 관심과 명예 그리고 돈맛을 너무 일찍 봤다.
그게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아는가?
현실 감각은 무뎌지고, 어른이 되기도 전에 어른 흉내를 내야 한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애 어른처럼 살아야 했던 애들은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연기도 감정도 다 어긋나기 시작하고, 결국엔 산업 자체에서 도태된다.
그리고 할리우드라는 세계는 차갑고 냉정하며, 무엇보다 새 얼굴을 더 좋아한다.
아역 출신 배우들이 살아남으려면, 외모도 성장도 이미지도 모두 기가 막히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근데 그게 얼마나 가능하겠나. 대부분 적당한 현실과 타협하며 벌어논 돈으로 사고안치고 보내는데 집중하려 한다.
이렇게 아역 배우로 살아남는다는 극소수의 성공 스토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이면엔 수백명의 '아역 전직자'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나중에 배우 오디션 보러 온 기억잘 안나는 아역 출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예전엔 전 국민이 알던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나조차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그때 나는 그에게 어떤 배역을 줄까? 아예 새 사람처럼 다르게 캐스팅할까?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세상은 배우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도태되면 다시 정상에 오르기 정말 힘들어 진다.
그러니까... 진짜 어릴 때 뜨면, 그게 꼭 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