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1861~1865) 이후, 한 세기 이상 “민주당=남부, 공화당=북부”라는 구도가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But!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면서 현재 우리가 아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이미지가 형성되기까지 많은 역사적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주요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남북전쟁 직후: 공화당의 우위, 그리고 민주당의 약세
공화당(Republican Party)의 부상
- 1850년대 중반에 결성된 공화당은 ‘노예제 확대 반대’와 ‘연방 강화’를 주된 기치로 내세워, 남북전쟁에서 “Union(연방)”을 승리로 이끈 측입니다.
- 남북전쟁 직후부터 남부 재건(Reconstruction) 시기에는 북부 공화당이 남부를 직접 통치하다시피 했고, 흑인 참정권 확대 등 개혁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전국 단위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민주당(Democratic Party)의 몰락
- 전쟁 전에는 노예제를 묵인·옹호하는 입장이었던 남부 민주당 세력이 전쟁 패배로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 전쟁 직후부터 1870년대 중반까지 남부 재건 기간 동안, 남부 백인 엘리트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되었고, 이들은 민주당 세력의 기반이기도 했기 때문에 전국 정계에서 민주당의 입지가 흔들렸습니다.
2. 재건 시기 이후: “솔리드 사우스(Solid South)”의 탄생
재건 종료와 민주당의 남부 장악
- 1877년, 남부 재건이 공식적으로 끝나면서 연방군이 남부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 이 무렵, 남부 백인 민주당원들이 ‘Redeemer 정부(민주당 주도 주정부)’를 수립하며, 흑인들의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각종 제도(징거법, 문해시험, 폴택스 등)를 시행했습니다.
- 이때부터 “민주당을 뽑는 게 남부 지역의 전통”으로 굳어지면서, 남부 지역은 ‘솔리드 사우스(Solid South)’라 불릴 정도로 장기간 민주당 일색이 됩니다.
공화당 vs. 민주당의 지역 구도
- 북부와 중서부의 공업 지대, 서부 개척지역 등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으로 자리 잡습니다.
- 반면, 남부(舊남부 연합 소속 주들)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매우 강해졌고, 전국 단위 선거에서 거의 ‘민주당 몰표’가 찍히곤 했습니다.
- 20세기 초·중반 대통령 선거를 보면, 민주당 후보가 남부 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3. 20세기 중·후반: 대전환의 시작
뉴딜 정책(New Deal)과 민주당의 전국적 확장
- 1930년대 대공황 시기,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가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계·농민·도시빈민·진보 세력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 ‘뉴딜 연합(New Deal Coalition)’이 형성되었습니다.
- 그 결과, 민주당은 남부뿐 아니라 북동부의 도시, 중서부의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지지를 얻게 되었죠.
인종 문제와 민주당의 노선 변화
- 민주당 내부에서도 1940~1960년대에 걸쳐 흑인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깁니다. 남부 백인 보수층(‘Dixiecrats’)은 민주당이 흑인 민권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자 크게 반발했죠.
- 대표적으로 1948년 대선 때, 남부 민주당원들이 당을 이탈해 스트롬 서먼드(Strom Thurmond)를 후보로 한 ‘Dixiecrat Party(States’ Rights Democratic Party)’를 잠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 이 갈등이 누적되다가 1960년대 들어 민주당이 공공장소 인종 차별 금지법(Civil Rights Act, 1964), 투표권 보장법(Voting Rights Act, 1965) 같은 역사적인 법안을 주도하면서, 남부 백인들의 대량 이탈이 본격화됩니다.
공화당의 ‘남부 전략(Southern Strategy)’
-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 공화당이 인종차별적인 언사 대신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남부 백인 보수층을 대거 흡수하고자 했습니다.
-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이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런 전략은 더욱 가속화됐고, 1980년대에 들어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당선되면서 남부에서 공화당이 득세하는 구도가 한층 더 뚜렷해졌습니다.
4. 현재의 구도: “레드 스테이트 vs. 블루 스테이트”
남부(레드 스테이트)의 공화당 지지
- 역사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남부가, 이제는 대체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가 되었습니다.
- 텍사스, 앨라배마, 미시시피, 조지아 등 전통적인 남부 주들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우가 많죠(물론 최근엔 텍사스나 조지아처럼 변화 조짐도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도시, 해안 지역 지지
- 민주당은 서부 해안(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과 북동부(뉴욕, 매사추세츠 등), 그리고 대도시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세를 형성합니다.
- 노동자, 청년층, 소수인종, 진보적 가치관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블루 스테이트’를 확대해나갔습니다.
진행 중인 변화
- 남부 전역이 다 공화당으로 확실히 고정된 것은 아니며, 대도시화와 인구 유입으로 인해 일부 남부 주(예: 버지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입니다.
- 반면,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는 공화당이 노동자 계층 공략에 성공하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지역에서도 정치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충 요약
- 남북전쟁 직후: 공화당은 ‘노예제 폐지와 연방 통합’을 이룬 승자의 당으로 우위를 점했고, 남부는 재건 시기 한동안 공화당 통치를 받았으나,
- 재건이 끝난 뒤: ‘솔리드 사우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남부가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게 됨.
- 20세기 중반: 민주당이 점차 인종 차별 반대 노선을 취하면서 남부 백인 보수층이 민주당을 떠나 공화당으로 이동.
- 결과적으로: 현재는 남부 대부분이 공화당 성향, 북동부·서부 해안 및 대도시가 민주당 성향으로 자리 잡았고, 인구 이동과 사회 변동에 따라 계속해서 재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남북전쟁 이후 “민주당=남부”였던 시대가 1960년대 이후 민권운동과 공화당의 ‘남부 전략’을 거치며 완전히 뒤집힌 셈인거죠 ^^*
이렇게 미국 정당 지지 지도는 역동적으로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인구 구성, 이민, 도시화, 세대 교체 등등...
여러 변수가 작용해 새로운 지형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