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 살다 보면 별별 호텔을 다 보게 됩니다.

화려한 신축 리조트가 들어설 때마다 사람들은 "끝판왕이다"라며 열광하지만,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또 다른 곳에 관심이 쏠리곤 하죠.

그중에서도 극적인 변화를 본 호텔이 바로 룩소르(Luxor) 호텔입니다. 한때는 최첨단을 자랑하던 피라미드 모양의 상징적인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가장 낡고 기피되는 곳 중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룩소르는 1993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오픈 당시에는 정말 센세이션이었죠.

TV 광고에서 거대한 피라미드와 그 꼭대기에서 하늘을 찌를 듯 뻗어나가는 빛의 레이저는 보는 사람마다 입을 벌리게 했습니다. 밤하늘을 가르는 그 빔은 우주에서도 보인다느니, 비행기 조종사들이 참고 좌표 삼는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죠.

그 당시 룩소르는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라스베가스의 미래,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와, 진짜 이집트 온 것 같네' 하면서 피라미드 모양과 스핑크스 모형에 감탄했지만, 몇 년 지나고 나니 그게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은 거예요.

라스베가스는 늘 새롭고 화려한 걸 내세우는 도시인데, 룩소르는 계속 예전 컨셉에 묶여 있었던 겁니다.

그 사이에 벨라지오, 윈, 아리아 같은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룩소르의 '최첨단' 이미지는 순식간에 '구식 테마파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시설도 문제였습니다.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내부 인테리어는 최신식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전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객실은 낡고, 욕실은 한눈에 봐도 90년대 감성이 묻어 있고, 카지노 바닥은 오래된 담배 냄새가 배어 있죠.

제가 직접 가봤을 때는 엘리베이터가 자꾸 삐걱대서 순간 '이거 중간에 멈추는 거 아냐?'라는 불안감까지 들었습니다.

스트립에 있는 다른 호텔들은 매년 수천만 달러를 들여 리노베이션을 하는데, 룩소르는 그런 투자가 거의 없었던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 호텔이 피라미드라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리모델링이 더 힘들다는 거예요. 객실이 경사진 벽면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서 구조적으로 손대기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러니 새로 단장하려면 돈이 몇 배로 들어가는데, 이미 호텔 수익성은 떨어져 있으니 대대적인 투자가 어려운 거죠. 이러니 시설은 낡을 대로 낡고, 손님들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룩소르를 두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면 룩소르에 묵어라. 1990년대에 그대로 멈춰 있다."

실제로 구글 리뷰에도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건 좋지만, 방은 옛날 모텔 같다"라는 후기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물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은 있죠.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낮은 숙박비를 자랑하는 대형 호텔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 더 돈을 주더라도 새롭고 세련된 호텔을 선택하는 게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룩소르가 한때 가졌던 그 '화제성'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오프닝 당시의 광고와 빛나는 피라미드, 사람들의 환호... 그것은 라스베가스가 가진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정신'을 완벽하게 보여주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신을 잃고 시대에 뒤처진 낡은 건물로 남아 있다는 게 씁쓸하죠.

사실 라스베가스에서 오래된 호텔은 두 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끊임없이 리모델링해서 여전히 살아남거나, 아니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룩소르는 아직 사라지진 않았지만, 현 상태라면 언젠가는 철거 논의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저 같은 라스베가스 주민에게 룩소르는 일종의 교훈 같은 존재입니다. 화려한 시작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 아무리 주목받았던 시설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

한때는 '우주에서 보이는 빛'이라는 화려한 광고로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았던 호텔이 이제는 가장 낙후된 시설로 손가락질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룩소르를 지날 때마다 저는 늘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절대 멈추면 안 된다. 멈추는 순간, 바로 박물관으로 전락한다."